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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차표를 산다.

 

낙산사 다섯장이요.

갑자기

파란 바다가 나타나며

귀가 번쩍 뜨인다.

1인 2만 5백원이에요.

한명은 유공자예요.

승객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는 곳을 돌아 보며

야 유공자증 가져와

표를 사는 분은 할머니다.

차림새는 다들 수수하다. 화장도 안하고. 

서로 친구인 거 같다.

할머니가 차표를 파는 직원에게

손가락으로 바닥에 그리면서

두 명 두 명 이렇게 앉게 표를 줘

앞 줄에 세 분 앉으시고

그 뒷줄에 두 분 앉으시면 되요.

 

내 차표 사는 일은 끝나서

승객 대기 의자에 와서 앉았다.

마음이 갈래 갈래다.

저도 같이 갈 게요. 저 분들과 동행이 되어서 가는 상상.

아님 그냥 슬그머니 뒤를 따라다니는 나.

그냥 지금 주머니에 있는 표를 반환하고

낙산사표를 사서 훌훌 가서

 온 종일 낙산사 법당에 앉아 오가는 사람을 보고 있는 내 모습.

홍련암에 바닷물이 들락날락한다는데

몇번 갔어도. 제대로 못 보았는지

눈에는 안 떠오르고 귀에만 떠 오른다.

가서 홍련암을 자세히 볼까.

낙산사 파란바다와 절 밖에 서 있는 커다란 불상

자세한 절 건축물 모습은 떠 오르지 않는다.

언젠가는 절 근처에서 전복죽을 먹은 거 같다.

 

낙산사와 파란 바다와  낙산사 가는 길과 관음상과 홍련암을 그리면서

차는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방송에서 영동고속도로는 스키장 가는 차량 때문에 막힌다고 한다.

안양에서 버스가 섰다. 몇명이 더 탔다.

 

담배를 피우고 차에 오르던 기사가

앞 좌석에 앉으시면 말씀 안드려도

안전벨트를 매셔야죠.

그렇군 하면서 안전벨트를 맨다.

그러고 보니 앞유리 중간부분에 금이 가 있다.

아마도 급정거했던 적이 있고 아직도 앞유리를 교체하지 못했나 보다.

안전벨트도 맸겠다 잠을 자려니 잠이 안 올 거 같다(주말이라고 늦게 일어나서).

 

책을 펴 들었다.

敎는 효도 孝변에 글월 文이란다.

뭘 가르칠 때는 제일 먼저 효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버스는 나를 내려 놓고 간다.

 

춥지 않은 겨울 날씨

눈  부신 햇빛이 바다와

나를 바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