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르고 퍼머를 하고....

간혹 머리를 혼자 손질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머리를 만지게 된다.

 

머리 스타일은 사실 어지간한 패션 아이템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맘에 쏘옥 드는 머리를 하는 일이 어렵고

더구나 여러 가지로 흡족한 미용실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디는 괜찮다고 소개를 받아서 가면 가격이 비싸고

또 어떤 곳은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고

그런가 하면 미용실의 서비스가 마음에 안들어서 마음이 찜찜해진다.

또는 화려한 미장원에 비해 솜씨가 별로인 곳도 있다.

 

그렇지만 단골로 오래 잘 다니는 사람도 있긴 하다.

 

나는 머리를 자르는 일을 편안하게도 생각하지만

때론 어디 좋은데 찾아서 오래도록 단골로 삼고

마음 편안하게 다니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미용실을 자주 서핑을 한다.

내 마음에 꼭 드는 미용실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지난 달에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찾았다.

와우!!!

 

시설이나 분위기는 참으로 뒤떨어지는 모습이다.

응답하라 1994에 나오면 되는 정도로...

 

미용실을 찾은 첫 인상은 내가 시절을 거스르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어릴 때 다녔던 미용실이 떠올랐다.

 

이곳 미용실을 처음 찾은 날에는

미용실에 앉아 있는 분이 거의 중년 이상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분들은 이곳이 대개 20년에서 30년을 다녔다고 한다.

중년부터 다녔으나 이제 세월이 지나 나이가 더 들게 된 것이라고...

단골로 다니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니

실력이 있는 미용실이라는 것을 가늠케 한다^^

 

약간의 소문을 듣고 또 소개를 받아 찾아 갔는데

기다리면서 보니

머리를 자르는 솜씨가 단 번에 엽렵하게 느껴졌다.

내가 직접 층이 지는 커트는 할 수 없으나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스스로 자르지는 못해도  대충은 알 수 있는데

이곳의 주인장의 머리 만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서~~~~우선 안심이 된다.

 

드디어 차례가 와서 의자에 앉았다.

처음 맡기므로 내 머리를 설명해 줬다.

머리통이 크고 뒤는 납작하며 앞머리가 쏟아져 내린다는...

그리고 단발에서 조금은 변화를 주고 싶다고...

 

그랬더니 미용실 원장님은 상냥한 모습으로 귀담아 듣고는

그래도 머리가 적당히 숱이 많고 좋으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나는 저으기 놀랐다. 그리고 참 좋았다.

왜냐하면 미장원을 찾아 처음에 설명을 할 때에 대개의 미용사들은

전에 어디서 했는지 머리를 참 못했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은 그런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었기 때문이다.

신뢰가 생겼다.

 

편한 마음으로 머리를 맡겼다.

숙련된 솜씨로 자르는데 괜찮은 느낌이다.

할머니들이 많은 곳이라서 일명 뽀글이 파마만 잘 하나 했더니

생머리 보브단발도 흡족하게 잘 자른다.

 

게다가 가격 때문에 감동이 이어졌다.

커트가 13,000원이란다.

착한 가격이다.

해서~~~궁금하여 퍼머 가격을 물어보니 대개 40,000원이라고 한다.

아주 괜찮은 값을 받는다.

요즘 청담동이 아니라도 미용실에 한 번 가면 수표가 몇 장 나와야 할 정도로

가격이 천정부지라는 것을 아는데....

 

이곳에서 오래 하면서 단골이 많아서 중간에 인테리어도 바꾸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잘 하는 집이다.

기다리는 것 때문에 고객을 놓치진 않냐고 했더니

90퍼센트 이상이 단골이라 그러려니 하고 다들 기다려서 머리를 하고 간다고 한다.

이곳에서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분들이 많다고 하네...

 

1인 미용실이다. 원장이자 미용사다.

욕심내지 않고 혼자서도 잘 하는 이곳이 좋아 보인다.

성실한 곳이네. 소박하고 미더워 보인다.

 

원장님이 솜씨가 그만이고 온화하고 친절하다.

고객과 진심으로 공손하게 소통을 하고

미적인 안목이 높은 것 같다.

머리를 자르는 센스와 감각이 남다르다.

게다가 가격이 착하다.

미용실이 촌스럽기까지 하여 더 마음에 든다.

고객이 얼마나 많으면 실내디자인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도 지탱을 하는지...

내실이 있으므로 더 정스러워 보인다.

 

나는 오랜 만에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찾아냈다.

영동시장 근처의 미용실이다.

꽃미용실.

미용실 상호도 정감어리지 않은가?

이쁘다.

 

이곳 논현동은 특히 미용실이 많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실력으로, 가격으로, 주인의 인격으로 돋보이는 미용실이다.

왜 그렇게 사람이 많고 오래 다니며 그것이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기분 좋다!!!

 

나도 오래도록 단골로 삼고 싶다.

꽃미용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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