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문화사 시간에 H. G. 웰즈가 쓴 세계문화사에 관한 책을 세계사 선생님한테 들었다. 그런데 친구집에 갔더니 그 책이 놓여 있었다. 그때부터 그걸 갖고 싶어서 몇 번을 친구에게 부탁했다. 그 책을 나한테 팔으라고. 친구는 그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팔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세계문화사라는 내용보다도 책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것에 골몰한 것이다. 얼마 후에 헌책방에 가서 그걸 샀는데 한 절반 읽다가 말아 버렸다. 
   소유란 그런 것이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에 있지 않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에 있다. 홀가분한 마음, 여기에 행복의 척도가 있다. 남보다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거듭 새겨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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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잘 아는 스님이 머무는 방에 가 보면 방석 하나 달랑 있고 죽비 있고 한쪽 구석에 찻그릇 정도뿐이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얼마나 넉넉한지 모른다. 그 방을 거쳐서 나오기만 해도 내 안에서 향기로운 바람이 일어나는 것 같다. 
   맑은 가난이나 청빈이라는 말은 이제 거의 들어볼 수 없게 되었다. 맑은 가난은 인간의 고귀한 덕이다. 
   과잉 소비와 포식 사회가 인간을 병들게 한다. 우리는 얼마나 소비를 많이 하는가. 사실 소비자라는 말은 인간을 모독하는 말이다. 소비자란 말은 쓰레기를 만드는 존재란 뜻이다. 그것은 인간성을 모독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