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중 원형교사의 부채꼴교실에서의 일이다.

나는 학교에서 제일 멋쟁이셨던 고계희 선생님 반이었다.

우리 반은 아침자율학습 시간에 친구들이 서로 나와서 공부를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셨다.

 

교실 입실 시간을 정해놓고 시간이 되면 뒷문을 잠궈버리신다.

꼭 1-2분 지각생인 나는 늘 지각생 중 1등으로 뒷문 복도에 앉아 있어야 했고 자율학습이 끝나면

돼지 저금통에 벌금을 넣고 들어가야만 했다.

 

그 당시 멋쟁이 고계희 선생님은

키도 크시고 멋진 영어선생님과 늘 스캔들을 아이들이 만들어 냈다.

화장실 문에 우리 담임선생님과 영어선생님이 사랑한다는 심한 낙서를 해서 발칵 뒤집어진 적도 있었다.

 

4월 1일 만우절날!

우리 반은 궁리끝에.... 고작 한다는 것이

교실 문 위턱에 지우개에 분필가루를 잔뜩 묻혀서 살짝 얹어놓는 것이었다.

 

다음 시간은 수학 염 선생님 (별명:염소) 시간이었는데,

문을 여시는 순간

우리들은 모두 가슴을 졸이며 시선을 집중했다.

점잖으신 선생님 얼굴에

분필가루를 뒤집어 쓰시는 상상을 하며....

 

문을 쾅 닫으시는데....

그 놈의 지우개는 흔들 흔들 대더니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떨어질 듯 말 듯....

우리들은 한 목소리로 모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악...

 

염선생님은 의아하며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뒤를 흘끗 보시더니

슬쩍 미소를 지으시다가는

갑자기 화를 내시는 것이었다........

 

"누구야! 이 짓한 놈 누군지 앞으로 나왓!!

우리반 전체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채 약속이라도 한 듯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의 호령이 계속되었다..

"나오지 않으면 단체기합이다... 그래도 없어???'

 

끝까지 의리라도 지켜야 한다는 듯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우리 반은 전체 교문 옆에 있는 정구장(그당시 정구장으로 불리웠던 것으로 기억)으로 집합했다.

 

일렬로 두 손은 귀를 잡고 오리걸음이 시작 되었다.

한 바퀴... 두 바퀴...

염(수학)선생님은 스탠드 계단 중앙에 서셔서..

나올 때 까지 계속 돌라고 호령하셨다.

 

나도 모르게 벌떡일어나서 계단을 올라가 선생님 앞에 섰다.

선생님은 다짜고짜 얼굴에 따귀를 후려치셨다.

따귀를 맞아보지 않아 대처방법을 몰랐던 나는

스탠드 위에서 한 바퀴 휘익~ 돌아... 피익 쓰러졌다.

밑에서 보고있던 아이들은 일제히 "아아악! "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것으로 끝나고 교실로 들어왔다.

우리 반 전체 학생들은 일제히 엎드려 엉엉 울었다.

 

다음 시간은 가정시간이었는데

마음이 푸근하셨던 가정선생님께서는

이유를 물으시더니 선생님이 좀 고지식하시니...너희들이 이해하라며..위로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