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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수련회를 가느라 이틀 시간이 생겼다.

일단 연가를 냈다.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연가를 내려니 싱겁다는 생각도 들었다만.

 

동네 길을 살살 걷다가 조금 걷는 길을 늘여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끝날 때도 다가오고 아무래도 좀 더 걸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어도 마음에는 늘 인천이 있다.

그래서인지 강화는 이웃집처럼 편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무슨 이름 붙여진 길에는 그다지 집착이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해서 다듬어 놓은 길이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어쨋든 시간이 되는 대로 걸어 볼까 하는 생각에 강화로 출발.

서둘 것도 없고, 모르는 길이니 더욱 좋고.

가는 곳마다 도장을 찍는 여권도 주었지만 그런 게 뭔 상관이랴.

실제로 별로 찍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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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벗도 강화에 오래 살아 자주 갔고, 마니산도 여러 차례 올랐고,

꽃게탕을 좋아해 충남집인가에서 먹기도 여러 번이었다.

풍물 시장 계란은 유난히 탐져 갈 때마다 사기도 했었고.

하지만 늘 스쳐지나가는 여행이었다.

강화길을 걸어 볼까나...


먼저 별 생각 없이 1코스로 시작했다. 조금은 익숙하기 때문이다.

보통 모든 코스가 대략 16키로 조금 안 되는 정도다.

1코스는 강화의 중심이라고 할까, 터미날에서 시작해 동문을 거쳐 늘 가도 좋은

성공회 성당이라든지, 고려궁지, 북문, 연미정, 갑곶돈대에 이르는 15.5키로의 길이다.


<코스 안내도와 여권(도장 찍는 수첩)은 강화터미널 안에 있다>


<터미널 지나 동문쪽을 향해 골목으로 들어서면 멋진 산길이 금방 이어진다.

얕은 그 고개를 넘으면 동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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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안내문이 충분히 친절하지 않았다.

갈림길에서도 그랬고, 무엇보다 그 주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별로 잘 알지를 못했다.

그래서 안내문보다는 지도를 보는 게 더 도움이 되었다.

강화나들길 앱도 받았지만 그거 보면서 걷고 싶지는 않았다.

고려궁지에서 북관제묘를 거쳐 강화향교를 거쳐 북문으로 가는 길을 놓치고

오른쪽으로 난 길로 북문쪽으로 갔다.



<고려궁지를 지나 오른쪽으로 난 훌륭한 벚꽃길을 올라가면 나오는 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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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이런 표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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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 지나면 나오는 갈림길, 오른쪽으로 갔는데 저절로 아! 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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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성공회 성당. 동서양이 어우러진 독특한 모습의 건축이다. 예의 1800년도 말에 교육과 의학을 앞세우고 제 삼국에 들어온 그들. 드러내어 종교를 앞세우진 않았지만 생활에 배어있는 그들의 종교, 헌신에 감복한(?) 그 동리 사람들이 스스로 땅을 내고 나무를 베어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종교와 달리 카톨릭은 학문으로 스스로 받아들인 거니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건물과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절 본전 앞 넓은 마당에 익숙한 한국사람이라선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대로 성전이 나오는 성공회 성당 구조가 좀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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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읍약수에서 연미정에 이르는 길인데,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땡볕에

도로로 계속 가는 길이 맞는 건인지.....

연미정까지는 정말 땡볕에 도로로 그저 하염없이 걸어갔다.

해는 뜨거웠지만 바람이 불어서 견딜만했는데 어쩌면 그렇게 사람이 없는지....

집에서 너무 심심하니까 나와 버스 정류장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유일하게 본 사람이다.


81세밖에 안 되셨다는 이 할머니는 너무나 심심하고 사람이 그리워 버스 정류장에 나앉아 있다. 한참을 같이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그 집 가족 구성도와 자식들의 성격, 갈등관계를 다 듣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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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겁고 시간도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 연미정에서 걷기를 멈추었다.

오후 2시 30분.

조금 남겨야 나중에 또 가지.

밴댕이 정식에 걸진 점녁을 먹고 집으로.



강화의 역사는 독특하다. 고려 때 임금이 몽골을 피해 39년이나 왕도를 옮긴 적도 있다든가, 어디로 도망할 곳도 없는 섬으로 조선의 왕들이 도망을 왔다든가, 소중한 책들을 보관했다든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 이해가 안돼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당시의 교통수단이나 무기, 상황 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좋은 방법이었을 수 있었겠지만....

광해군이나 연산군도 교동으로 유배되었다가 광해군은 다시 제주로 가서 병사하고, 연산군은

강화에서 병사했다고 한다.

연산군이 끌려와서 거처하던 곳이 개발되고 있는데, 가마 감옥에 실려 다 넋을 놓고 앉아있는 조형물이 시대와 맞물리며 묘한 느낌을 준다.



<연미정> 올라가는 길


연미정 주위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되는 곳이라고 한다. 위에서 보면 개풍군, 파주군, 김포군이 보인다는데 그럼 저 코 앞에 보이는 곳이 이북인가? 삼포왜란 때 전라좌도방어사로 큰 공을 세운 황형(黃衡)에게 이 정자를 하사해서 지금도 그 후손들이 지키고 있다고 한다는데, 좀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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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미정 정자는 오! 주위와 어울려 뭔가 막힌 게 뻥뚫리는 느낌을 준다.

그 앞의 나무의 모습은 또 어떻고.

한참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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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숲으로만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행히 날씨가 너무나 심할 정도로 덥지는 않았고, 바람이 있어서 괜찮았지만

그래도 코스를 좀 훑어 보아야 했다.





<전국에 비가 안 와 난리인데 이렇게 물 고인 논을 보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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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들이 너무나 많았다. 다 쓰러져가는 담벽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장미들이~

호두나무가 많았고, 걸어 오면서 산딸기, 오디, 앵두를 계속 따 먹으면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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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크기변환_IMG_5411.JPG크기변환_크기변환_IMG_5419.JPG크기변환_크기변환_IMG_5420.JPG크기변환_IMG_5438.JPG



다음 날은 교동길 걷기 9코스를 선택했다.

교동 선착장에서 출발해 다시 거기로 돌아오는 14.6키로 길이다.

너무 참 좋은 길이었다.

나중에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살짝 왔지만 그도 좋았다.

어릴 때부터 교동이란 곳은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중2 때 친했던 황현숙이란 친구 고향이 교동이었을 거다. 그 친구 보고 싶네

교동을 부분적으로나마 알게 해 준 참 좋은 길이었다.

다시 한 번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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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 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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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친구들 생각을 했다.

어렵기만 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쉽다고 말할 수도 없다.

모르는 길 15키로 걷는 것도 그렇고, 어쨋든 산도 타고 길도 걷고 그래야 하니까.

나도 평지를 계속 걸으니 왼쪽 무릎이 좀 아팠다.

그래도 같이 걷고 싶다.

혼자 가면 좀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같이 있으면 호젓하고 한가로운 길이지만 혼자서는 좀 신경이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무정>이라는 곳의 설명이 좀 웃겨서 찍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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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팔고 이불도 팔고 배추도 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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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고등학교 입구에 붙여 놓은 플랭카드를 보며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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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훨씬 넘은 역사를 갖고 있는 교동 초등학교. 운동장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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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옮겨 온 새우를 다듬어 새우젓 담글 준비하시는 할머니들.

새우만 찍을게요 했더니 일손을 멈추시고 환히 웃으시며 사진을 허락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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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회무침으로 기분 좋은 하루 여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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