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른 아침 이었지만
휴대폰에 적힌 번호와 음성 메시지를 꼼꼼이 확인키로 했다.
새벽기도에 다녀와 보니
뉴스에서 호우 경보니 호우 주의보니 하면서 여간 겁을 주는 것이 아니여서
오늘 12기 모임이 혹시 무산된 것이 아니었나 저으기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이 취소된 것은 없고
오히려 "정옥아! 내일 10시 30분 부평역에서 만나자!"라는
경숙이의 낭랑한 목소리가 금방 소리내어 웃을 것 같이 들어와 있었다.
목사님이 성북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부평역 도착 전에 경래와 통화를 했더니
벌써 전원이 와 있고
내가 가장 늦은 모양이다.
얘들은 비행기 타고 날라왔나?

왕쑥맥이 부평역에서 헤맬까봐
경래가 개찰구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부평역 광장에서
우리는 떠들썩하게 30년 만의 해후를 하게 되었다.

서울 향린 교회 사모 정인옥
서울 무학 교회 사모 전경숙
부평에서 곽경래, 황연희, 그리고 나
5명이 서로 "야! 너 어쩌면 이렇게 하나도 안변했니?
학교 때와 그대로야!."

경래가 운전을, 연희가 길 안내를 하고
오늘은 사모 딱지 떼버리자고 모의한 우리 세 명은
뒷 자리에서 차가 어디로 가든지 깔갈깔! 호호호! 하기 바빴다.

만날 때의 계획은 강화에 가기로 되어 있어서
강화에 좋은 명물은 미리 정보 받아 놓고
음식점이랑...
며칠동안 다 알아 놓았으나
오늘은 마음껏 자유롭자는 의견에 따라
강화로 가던 길을 바꾸어 군자로 떠났다.

얌전하기만한 연희가 언제 이렇게 운치있는 곳을 알아 놓았는지
짙은 물안개와 간혹 휘뿌리는 빗속에 숨은 채로
오늘의 우리의 만남을 축하해 주려는 듯
아무도 받지 않고 우리만 기다리는 듯 숲속에 음식점이 숨어 있었다.
우리는 오늘 그 음식점을 전세내어 마음껏 웃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머리를 짧게 커트한 경숙이는 청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고
젊은 세대의  가방을 짊어지고 왔다.
언젠가 사모들 앙케이트에서 옷을 마음껏 입는 다면 어떤 옷을 입고 싶으냐고 했더니
사모의 70%가 청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고 싶다고 했다더니...
경숙이는 오늘이 챤스다! 하고 그대로 입고 온 모양이다.
정말 30년의 세월이 어디로 갔는지
수학여행때 설악산을 올라가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순전하고 꾸밈없는 그의 속모습이 그 때와 더욱 똑같다.
발을 구르며 자지러지게 웃는 그의 웃음소리
우리들이 너무 웃는 바람에 아래층에서 주인이 시끄럽다고 올라올까봐
얌전이 연희는 자꾸 아래층 눈치를 살핀다.

경숙이가 요즈음 체험한 주님의 은혜에 대한
간증이 있었고
경숙이의 세 남자! 의 사랑 공개식이 있었다.
"당신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중의 최고이고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이요.
사랑해!"
어쩌면 이렇게 멋진 남자가 있을까?
이 고백은 경숙이의 첫째 남자 김창근 목사님의 편지  고백 내용;:)
그 다음은 큰 아들, 그 다음은 막내 아들의 사랑 고백이 공개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경숙이는 또 울었다.
어디 사모 딱지 떼기가 하루 아침에 그리 쉽나?
입만 열면 우리 하나님이, 우리 주님이...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들이니

미국에서 남편 찾아 날아온 인옥이는 한술 더 떠서
예술가 처럼 생긴 남편 목사님 공개, 아들하나 딸 하나
탁자위에 사진을 즐비하게 내려 놓을 만큼 갖고 다녔다.

이에 질수 있겠느냐?
경래의 핸드폰에 노주현보다 빽(경래는 백 가지고 성이 안찬다고 언제나 빽이라고 우김)배 나 잘 생긴
남편 얼굴을 오려 가지고 다니다가 공개.
아들, 딸 도 핸드폰에서 웃고 있는데...
연희와 나만  우리들의 세 남자 !
사진 한 장 안 갖고 다니니 이를 어쩌나?

이효건 선생님 짝사랑한 친구들 명단 주루루...
임순구 선생님 짝사랑한 친구들 명단 주루루...

체력장 연습날
넓이 뛰기 (체력장 특급 3M 76CM- 정옥이의 기억력) 시범 보이시던
임순구 선생님
"야! 너희들 넓이뛰기를 왜 그렇게들 못하냐?
내가 넓이 뛰기 시범을 보이겠다 얍!"
하고는 뛰시기는 분명히 뛰셨는데 왜 모래밭에서 일어나지 않았지?
그 날의 임순구 선생님의 그 기막힌 광경을 기억하고 있는 12기들이여!

그 말이 떨어지자 우리들은 또 깔깔깔! 호호호!
"야! 임순구 선생님 바지가 쫙~  ~ 찢어진 것 아니니?
맞아 !맞아! 그 때 진짜 어떻게 됐니?
어떤 아이가 교복 치마중에 가장 큰 치마 갖다 드렸잖아? ㅎㅎㅎ  ㅋㅋㅋ

이렇게 배꼽 빠지게 웃어대던 우리는
너무 오래 웃고 떠든 것이 미안하다면서
쟁반 국수 하나 더 시켜 주어 주인을 기쁘게 하자는
연희의 지혜로운 의견을 따라
또 한번 2차 점심을 먹고 30년 만의 만남의 자리를 일어났다.

인옥이와 경숙이는 먼저 서울로 올라가고
경래와 연희와 나는 부평 부광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30년 만의 만남의 뒤풀이를 기도로 진하게 하였다.
어렸을 때 예수님을 믿다가 이젠 믿음 생활을 안하던
경래가 주님을 영접했고 결신기도를 하였다.
연희가 그동안 사모하던 주님의 은혜를
충만히 받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들의 대화와 기도와 만남에 함께 해 주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렸다.

저녁을 먹고 가라는 연희의 권면은 고마왔지만
기도실에서 나오니 벌써 어두운 저녁 시간이다.
나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쿠! 우리 집 저녁은 어쩌나?
경숙이가 집안 식구 밥 못 차려 줄 때 쓰는 말을 분명히 가르쳐 주었는데 뭐였더라???
교회 성도들 중에 혹시 어려운 일 당한 성도는 없었을까?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총총히 달려오며 나는 이 노래를 불렀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래길을 달~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