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느그들 선희가 꼼꼼하고 차분한 녀성인 줄 알고 있는 사람 있느냐?

만약 그렇다면 살짝 사고를 바꿔야 하느니라.

야가 의외로 털털해서리.....

 

선희가 몇 달 전에(사실 얼마 안 되었지만)  영국엘 갔다 왔단다.

여행 중에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들렀더란다.

거기 있는 어느 구두 가게에서 샌들을 샀는데.

한쪽만 신어 보고 그냥 오케이 해버렸단다.

그래 상자에 구두를 넣어 한국에 왔는데, 자랑도 할 겸 신어 보려고 딱 보니

왼쪽만 두 개더란다.

 

내가 얼마 전에 영국에 간다 하니까  주섬주섬 그 구두를 갖고 와서리 바꿔오란다.

영수증도 없단다.

 

재밌잖냐? 그래서 얼뱅이 비슷한 내가 또 주섬주섬 그 구두를 싸 갖고 간 거 아니냐.

 

뭐 거기가 거기라서 무조건 찾는다나.

 

갔지.

그런데 갸가 그려 준 약도를 보니까(걔 미술 전공 맞냐? 심플하기는.....  직선 두 개에 동그라미 두 개 있고 그 한 곳에 구두! 이렇게 쓰고는 왕따시만하게 별표를 그려 놨더라구요.  뭐 호수가 있고 거리가 있는데 뻔하다나 뭐라나~)

만약 뻔하다면 찾겠지 뭐.

 

영국에 가서 가이드한테 물어 봤더니 1초도 안 되어 불가능합니다 그러더라.  호수가 너무 많대요.

그 말을 들으니 약도 오르고,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이런 생각도 들더라.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걷는 거리를 찬찬히 살피니 선희가 그려 준 약도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 지역 전체가 다 호수를 끼고 있긴 하지만  쇼핑할 수 있는 곳은 거기가 메인이더라구.

그래서 다른 사람들 산책하며 가게들 구경할 때 난 혼자 다니겠다고 하며 그 집을 찾았지.

진짜 구두집이 별로 없더라구. 작은 시골마을이라서 옷이며 구두 같은 걸 같이 팔더라구.

 

어느 집에 들어가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우선 후두루한 내 남방을 하나 샀지.

그리고 설명을 했지.

도대체 이 여자가 뭔 말을 하는 건고 하고 쳐다보던 주인과 어떤 손님이 할 수 없이 내가 내미는 구두를 보더니

이구동성으로 ^$&$%^ !라고 말하더라구.

 

그 가게일 거라는 거야.

당장 달려갔지. 문이 닫혔더라.

너무 기분이 좋은 거야.

 

우리 팀은 두 팀으로 나뉘어져 돈을 걸고 있더라고.

받는다 못 받는다, 아니 바꾼다 못 바꾼다로 20파운드 내기.  내 원 참~

 

다음 날 아침

거기서 런던까지는 네 시간 이상 걸리고 중간에 가이드의 장인 장모가 사는 시골에도 들리기로 해서 좀 바빴지만

조금만 기달려 달라고 하고는 가게로 달려갔단다. 신발을 소중히 가슴에 안고.

 

가이드한테 도와 달라 할까 하다가 미안해서 말도 안 나오고,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간다하는데 끔찍한 내 영어를 도저히 들려줄 수가 없어서  쫓아오지 말란 마리야! 하면서 혼자 후닥닥 갔잖니.  물증이 있으니까~

 

내가 들어가니 헬로우 어쩌고 하면서 함빡 웃음을 웃던 아이가

아침부터 와서 뭔말인지 모르겠는 말로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나를 멍하니 보고 또 한 여자가 오고 또 한 남자가 오더라.

그래서 설명을 마친(내 나름대로!!!)  내가 물증인 그 짝짝이 아니 왼쪽만 있는 신발을 탁 내밀었지.

그때 그녀의 얼굴을 스쳐가던 그 미묘하고도 복잡한 감정! 나는 보았다.

그때 난 이 여자가 이 구두를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느그들은 50대 중반의 중년의 뇌가 얼마나 직관력에 뛰어난지 알리라! ㅎ)

그리고 사실 거기밖에 없을 것 같았다. 거기 규모가 그랬다.

 

그런데 뭐라고 쏼라쏼라 쏼라쏼라 또 쏼라쏼라하며 내린 결론은 노!라는 것이었다.

 

열받은 나와 얼굴 빨개진 그녀와  각자 자기네 나라의 자존심을 건 모국어 대결 상황이 벌어진다.

 

이 약도를 보면 여기잖어! 여기구만! 별표 봐! 신발만 잔뜩 있었다던데~(이하 계속 한국말)

JHYFRJKFFDERgkddirhs657483939!#^^$($%%^&&&**   NO!

 

가방도 무거운데 갖고 왔는데 찾아 봐. 선희가 얼마나 기다리겠니?

mnjfkdshkf()&*%$#$%^((^%*GYU^$%$Ghhy7540395j%^$&#$*  NO!

 

얘가 이래 봬도 비행기 두 번 탄 애야. 알아 봐~ 어쩌라구~~

mnjfkdshkf()&*%$#$%^((^%*GYU^$%$Ghhy7540395j%^$&#$*  NO!

(%$###@&**)%$%@#@HJUfkgitjgldoekgldprgkgld  NO!

(컴퓨터를 들여다 보면서 자기네가 다룬 상품이 아니라는 거야...........ㄴ지 뭔지 암튼 그런 것 같더라구. 어쨋든 노!)

 

(그러더니 나한테 신발을 가만히 내민다)

 

우이씨!  너라면 이거 신겠니? 

 

(기다리는 일행에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얘네들 하는 짓 보니까 안 바꿔 주겠더라구. 내가 살짝 웃으며 )

 

너 가져. 구두 예쁘네.  한국에선 왼쪽만 두 개 신지는 않아~

 

하며 신발을 가만히 그녀에게 안겨준다.

 

임규가 왔으면 잘했을까 쏼라쏼라? 그랬을 거야~

 

20파운드를 놓고 두근두근하며 기다리던 일행은 희비쌍곡선으로 나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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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야

임무를 수행 못해서 미안해~  맛있는 거 사줄게..

 

 

 

얘들아 만나자.

얼굴도 보고 좀 걷자!

 

20일부터 23일 사이에 하루 정해서 만나자!

의논해서 정해지면 올릴게.

오랫동안 못 봐서 보구싶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