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장마비가 쏟아지고

날은 후덥지근하고 칙칙하고

요즘따라 12번지 동네가 좀 썰렁하고.... 그래서

내가 너희들 좀 잠시 웃겨줄 수 있을까 싶어서

이렇게 올린단다.

그러니 사진 보면서 많이들 웃어주렴!

 

< 피지식 웨딩으로 결혼30주년을 기념하다.>

지난 7 4일은 결혼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30년 가운데 21년을 이곳 피지에서 살았다. 70%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전반부 30%의 시간 역시 어쩌면 피지에 오기 위한 준비의 기간이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뜻깊은 이 날을 뭔가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로 장식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신혼부부들이 피지로 신혼 여행을 온다.

그들은 푸르른 수평선을 배경으로 야자수가 늘어진 바닷가 모래밭에서 피지 사람들을 들러리 삼아, 실제로 결혼식을 올리거나 적어도 그 비슷한 장면을 연출한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이번 결혼30주년 기념일은 우리 공동체가 다함께 '피지식 결혼식'을 꾸며보는 이벤트로 만들기로 했다.

 

4가구가 한 울타리 안에 살면서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함께 회사(선교기업)일을 하는 우리 공동체.

우리는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family night이라는 시간을 갖는다.

찬양과 저녁 식사 뿐 아니라 대화와 웃음, 아이들의 장기 자랑, 실내실외 스포츠나 게임 같은 것들을 함께 하는 공동체성 증진의 시간이다.

그간 퀴즈 대회라든가 족구 시합처럼 작은 행사는 있었지만, 공동체 시작 이후 지금까지 어떤 special event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7 9일 토요일에 special family night을 가질 것인데, 그 주제는 Mr.+Mrs. Lee의 결혼 30주년 기념행사로서 컨셉트는 Fijian wedding으로 할 것이라고 한 달여 전에 광고를 했다.

 

솔로몬 제도 사람인 '마이클' 형제가 기꺼이 준비위원장이 되었다.

매주마다 자기네끼리 준비 모임을 열었는데, 우리 두 사람은 절대 오지 말라고 위협(?)을 하는 바람에 뭐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날짜가 다가왔다.

 

 드디어 7 9.

이른 아침부터 모두들 오후의 행사에 먹을 음식 준비에 바빴다.

오후 7, ‘메레야자매가 우리 두 사람을 피지의 전통 복식인 '타파'옷과 꽃목걸이인 '쌀루쌀루'로 치장을 해준 다음,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마당까지 에스코트 해주었다.

'타파'는 나무껍질을 장시간에 걸쳐 끈질기게 두들겨서, 거기에 천연염료로 무늬를 찍은, 말하자면 두껍고 질긴 종이옷이다.

 

음식은 피지의 전통적 잔치 음식 방법인 '로보'가 준비되었다.

'로보'는 오랜 시간 장작불을 피워서 엄청 뜨겁게 달군 돌멩이 위에, 덩어리 고기와 타로(토란과 비슷한데 엄청나게 큰 뿌리 작물) 등을 올려놓고, 바나나 잎사귀로 덮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마치 오븐처럼 굽는 조리법이다.

 

식후의 엔터테인먼트는 공동체 식구들이 준비한 춤과 노래 등이 흥겹게 이어졌다.

저녁 7시에 시작한 프로그램이 자정이 되어서야 다 끝났다.

지난 30년간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사랑과 은혜로 함께 걸어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했고, 또한 우리 공동체 식구들 모두가 각자 자기가 맡은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작지 않은 행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는 점도 너무 기쁘고 감사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