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서 제일 끝자락에 있는 경로당,

오늘 CCTV를 설치한다.

경로당에 TV를 들여놓는 날에도 온동네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더니,

오늘도 한바탕 축제다.

동태찌개에 메밀묵, 잡채가 푸짐하다.

 

"저거 카메라가 맨날 사람들 뒷조사 한댜.

  당췌 커피같은 거  훔쳐가믄 안되야"

할머니 노인회장이 단딘히 주의를 준다.

"누가 커피를 훔쳐갔다구 그래싸"

"아, 지난번에 소장님이 사온 커피가 벌써  몇 개 안남았잖여"

경로당은 순식간에 일회용 커피 도난(?) 사건을 파헤치는  파출소가 된다.

 

꽃가마 타구 떠날 때, 저거 카메라가 그 것도 찍남?

죽으믄 끝인디, 뭔 상관이여. 카메라에 찍히믄 누가 다시 살려주남?

경로당 커피 사건을 종결짓지 못한 할머니들은 화제를 돌린다.

열 여섯 살때, 꽃가마 타고 시집온 할머니.

산골의 길이 꼬불거려서 가마멀미가 심해,

가마에서 내려서 걸어왔던 길이다.

 

꽃가마타고 저승갈 땐, 가마멀미 난다고 내릴수도 없고

꼼짝없이 가야 되는 길이제.

내 발로 걸어서 왔던 이 길을 가마타고 가면 끝이제.

"어여 밥이나 묵어,  뜬금없이  웬 가마타령이여"

여노인회장이 일침을 놓는다.

 

꽃같은 나이에 시집와서 한평생을 같이 보낸 어르신들.

개울에 빨래를 나가면 연분홍 진달래보다 고왔던 할머니들.

바알갛던 볼에 검버섯이 피었다.

CCTV는  말이 없다.

할머니들이  순번없이 꽃가마 타고 가시는 날,

GGTV는  가만히 목례를 하며 꽃가마를 배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