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는 왜 안 보이냐?

갸가 어디 갔다더라.

난 선희 생각하면 꼬추만 생각나.

걔가 우리랑 얘기하며 뭘 볶는데 어찌나 두 팔을 휘젓던지 휘젓던 모습만 생각나고 뭘 휘저었는지는 생각도 안 나.

글쎄 걔가 모스크바 올 때도 그 고추볶음 갖고 왔잖니. 그래서 우리 아이도 그 고추아줌마라고 한단다.

엥?

 

무릎이 안 좋아서 에휴... 나 관절염 왔잖니.

너 지압 받아 봐. 나도 3년간 무릎 엄청 아파서 잘 걷지도 못했는데 지압 받고 나았어.

근데 저 혜숙이는 저렇게 안 걸으려 하니 우짜면 좋니?

그냥 말로 다 걸어요. 내가 빽가방을 뺏을려고 해도 죽어도 안 뺏기면서 도망가잖니.

남들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 보내느라 바쁜 애가 지는 저러니 쯔쯔쯧...

한박사 환자보다 김혜숙 환자가 더 많대요.

혜숙이 딸 결혼할 때는 운동장이라도 빌려야 되는 거 아니니?

쟤가 대학 동창회 일도 한대요.

어휴 그럼 우리가 빠져 줘야겠다. 그게 부조다.

 

옥규 만나면 원래 이런 거니? 아니 이리 바람 불고 추운데 뭔 산책이라니?

대전 언제 가라고 ㅠㅠ

저 길이 빠르지 않을까? 똑같애. 걸어!

고유섭 선생은 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존재야.

친일 논란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뭐야? 우리 학습 도우미는 정인이야? 잰 저렇게 맨날 공부만 하니?

쟤 지리 전공 아냐? 웬 역사까정?

사회는 다 가르쳐. 과학 선생도 다 가르치잖아.

인천에 무기를 만드는 곳이 있었잖아. 그래서 청나라 종이 저렇게 남아 있는 거야. 만들다 남은 거지. 응, 박물관 왼쪽에 있대.

난 여항도시라는 말만 생각할래. (아우!~~ 나도 좀 옛날에 태어났으면 왕비다 왕비)

금파가 지금 신포동 그 아래라구?

이 성냥갑 기억나지 않니? 금곡동에 성냥 공장이 있었다고? 300명 이상의 사람이 일했다니 그 당시로선 굉장히 큰 공장이었겠네.

문학이 그렇게 중요한 곳인데 지금 뭐 남아 있는 것이 있나? 정말 아쉽다.

경서동이면 어디야? 서인천쪽이지.

아니 저 성이 있던 곳이 부천이라고? 그럼 그쪽이 중심지였던 거야?

월미도쪽에서 보면 저쪽 산꼭대기에 있던 그 외국인 여름별장이 붉은 지붕이기 때문에 하나의 표지로 쓰였다고?

돈도 많이 들었겠다. 여기까지 와서 그런 큰 집을 지었으니.

지 돈으로 했겠니? 해도 뭔 큰 돈이 들었겠니? 거저였겠지.

바다를 끼고 저 아름답게 이루어진 핵심 지역이 인천상륙작전 때 완전히 초토화 되었다구?

복원된 게 놀랍다.

강화에서 출토된 게 거의 대부분이네.

 

혜숙이는 어딨대니?

롱비치에 있대. 걔는 걷지도 않으면서 집에 가지도 않아요.

저번에 걷는 모임에 1등으로 오면서 하는 말이 나 다쳐서 못 걸어. 난 찻집에 앉아 있을 거니까 너네들 갔다 와 호호~

그날도 찻집에 앉아서 입술 부르트도록 수다떨었잖니.

 

못 걷겠어. 나 티눈 수술했어. 

아니 넌 그 얘길 왜 돌아올 때 하니? 아이고~~ 저 피 나는 것 봐라. 에구   차 타지 그랬어.

내가 오늘 결혼식 온다고 어떤 옷을 입었더니 우리 딸이 옷 바꿔입으라고 하잖아.

그래서 구두도 바꾼 거야.

옷도 맘대로 못 입어요. (만원 내!)

 

쳇! 자리는 잘 잡아놓고 있네.

막 시켜. 나중에 연옥이한테 영수증 줄게.

그래, 그래야 연옥이도 맘 편할 거다.

중학교 때 강누구랑 곽누구랑 싸우고 울었잖아.

서로 1번 안 할라고?

그래.

혜정이가 46번이었고 난 45번 인숙이가 44번이었어. 난 양쪽으로 친했지

넌 키도 크지 않은데 뭔 45번?

응~ 난 발끝이 강해.(52번 한 적도 있다 우하하!)

 

아니 근데 이 고구마 파이는 왜 이렇게 얼음덩어리야? 안 잘라지잖아.

우아하게 먹을랬더니 이거 막 튀잖아.

주인 부르자.

그래 그 대신 커피 더 달라고 하자.(이 아줌마야!)

이 와플 왜 이케 많어? 은제 다 먹어?

먹어 먹어 우린 다 먹어.(다 먹었다)

 

뭐? 벌써 은혜가 냈다고?

내가 아까 영부인의 포스가 난다고 했잖니~ 그랬더니 갸가~

에휴, 잘 했어 은혜야.  영포 맞어~ 맞는 걸로 할게~

 

애들이 어쩌고 저쩌고, 교육이 어쩌고 저쩌고, 신정아가 어쩌고 저쩌고(왜 정운찬 얘기는 안 하냐.........)

 

 

친구들아~ 바람 부는데 걷느라고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근데 우짜냐? 난 느덜 얼굴 보고 얘기하니까 너무 좋던걸.

억지로 걷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같이 걷는 게 좋은 걸 또 우짜냐?

ㅎㅎ 그러니까 우리 날 따스해지고 바람 잔잔해지면 또 월미산 걷자.

거기 그렇게 좋다더라.

천천히 주욱~~~걷고 다시 천천히 걸어 신포동 무슨 반점이냐(도무지 요샌 뱅뱅 돌면서 생각이 안나니... 진흥반점인가???아닌데.....)

거기서 자장면도 먹고 짬뽕도 먹고.......  그리고 다시 걸어서 홍예문 넘어 전동으로 해서 동인천으로 넘어오자.

 

아이고! ~  뭔 늦복이 많아서 이 나이에 다시 만나 친구들과 이리 좋은 시간을 갖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