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5기 반경희 선배님 댁 방문 - 후포 - 점심 식사(미영이 엄마)

         - 울진(성류굴 생략)  불영사 - 봉화 춘양면 동궁회관 - 별장(2)

 

 

첫날은 ㄱ자로 시작되는 1조 친구들이 부지런히 움직여 뒷마무리를 완벽히 해 놓고,

아침에는 2조 친구들이 부지런히 움직여 과일과 빵, 남은 음식을 준비해

모두 삼삼오오 모여 먹었다.

류춘례는 ㄹ로 시작하는 이름이라 2조 조원으로 열심히 일했다.

아주 착하게

 

 

어제 늦게 오느라 보지 못한 전경도 보고,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고.....

아무리 별채를 통째로 쓰고 본채 아랫층을 썼지만 친구들이 화장실 앞에서도 자고

길목에서도 자고 좀 불편했을 것 같다.

그래도 친구들의 얼굴은 맑다.

난 텐트에서 꿈도 없이 잤다.

오늘은 어떤 길이 기다릴 것인가....

 

아침에 <5분 거리>에 있다는 선배님 댁을 방문하기 전까진 얼굴들이 싱싱했다.

공기가 좋아선지 화장발도 잘 받아 모두 훤했다.

하지만 8시가 되자 벌써 햇볕이 쨍쨍 빛나기 시작했고, 5분 거리는 30분을 걸어도 나오지 않았다.

난 걷기 모임 때처럼 휙 앞서서 가 버리니 뒤에 오는 아이들이 얘 옥규 어딨니 오분이라더니 왜 20분을 걸어도 안 나타나는 거니 하고 암만 물어도 찾을 수가 없었다.

30분 후에  만난 친구들의 입은 주전자를 걸어도 될 것처럼 튀어나와 있었고,

얼굴들은 모두 아침 댓바람에 막걸리 서너 잔 쯤은 마신 듯 벌개져 있었다.

 

우야든동 사과나무 과수원을 앞에 두고 아담한 양식집과 커다란 박물관 건물을 한 선배님 댁이 나타났다.

선배님은 봉화에서 유명한 증편을 한 박스 준비해 놓고

여기야 여기! 기다리고 계셨다.

 

봉화 김영자 선생님이 거기서 도자기를 배워 일년에 한 번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하는데

바로 그 선배님 동생분이 도자기 선생님이다.

그런 인연으로 영자샘이 선배님께 인일여고 12기 후배들이 온대요 하고 말했고,

그래? 그러면 얼굴 한 번 보지 이렇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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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의 안내로 가마터와 박물관을 둘러본다.

아주 명랑하고 담백하고 시원한 성격의 분이시다.

뭐든지 자연스럽고 밝다.

참 좋으신 분이다 이런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

이게 다 홈피의 막강한 힘 덕분 아닌가!

 

아이들은 부은 입으로 그래도 떡을 열심히 먹고

언니의 지시로 안채, 가마터, 박물관 예정지 건물을 돈다.

많은 작품들이 있다.

3층엔 언니가 모아 놓은 작품들이 있다.

작품들이 좋기는 해도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에 걸어오느라 벌써 지친 거의 모든 애들은

언니 말도 제대로 못 듣고 밖으로 그냥 나오기도 한다.

언니가 말한다. 아니 얘네들은 말귀도 못 알아듣고 따라오지도 못해!

 

이런 모든 상황이 나는 재미있다. 하지만 눈을 마주쳤다간 뼈도 못 추스릴 것 같아

웃음을 깨물며 실실 옆으로 빠진다.

언니와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 하니

아냐 이리로 와 하면서 입구 쪽으로 몰아가신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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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를 타고 후포항으로~~

봉화에서 후포 가는 길은 원래 아름답기로 유명하단다.

백일홍길이라는데 그게 목백일홍 즉 배롱나무 가로수길이다.

 

두 갈래 길이 있는데 둘 다 좋다.

하지만 원래 있던 그 길은 그냥 만들 때 그대로여서 꼬불거리기가 말도 못한다.

멀쩡하던 아이들도 멀미를 깨물고 있고, 멀미 환자 은경이는 거의 초죽음이다.

나도 오랜만에 심한 멀미에 시달린다. 맨 앞에  앉았는데도 그러니 뒤에 앉은 아이들은....

이건 뭐 참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거의 입덧 환자처럼 아무리 감추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어쨋든 모든 애들이 식당으로 갈 때 우리의 은경이는 바다를 앞에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는 정자에 거의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에구.......

식당에 다녀 오니 그 누운 와중에도 계획을 세워 놓았다.

나 기차 타고 집에 갈 거야. 기차 시간 알아봐 줘.

문제는 기차가 포항이나 영주까지는 가야 있다는 거고

거기까지는 또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 게다가 혼자.

게다가 영주에서 가는 기차는 벌써 끝났다는 거!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밥도 굶고 다시 합류한다.

 

성류굴을 빼고 불영사로 간다.

 

뜨거운 날이다.

마치 화면이 정지한 듯 이글거리는 열기에 우리들이 떠다니는 것 같다.

한여름 단체 여행은 좀 문제가 있다.

우리들은 그저 친구들과 같이 간다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더운 날씨를 별로 생각 안 한 것이다.

우리가 20대도 아니고 또 많이 걸어보지 못한 친구들도 있고....

다음에 여행 계획을 잡을 때는 한여름과 한겨울은 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은경이는 다시 경관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는 불영사 입구 가게 평상에 다시 몸져 누웠고

못 온다는 아이를 힘들게 대전에서 데리고 온 춘선이는 그 죄로 같이 남아있고,

여행 전날 밤 8시에 캐나다에서 한국에 도착한 선희는 친한 친구가 아프니 또 그래서 남아있고. 

난 선희도 걱정됐다.....

 

부처님한테 은경이 갈 때는 멀미 안 하게 해 달라고 빌어야겠다 생각하며 산길을 오른다.

법당에 들어가서 절을 했는데 그새 다 잊어버리고 무념무상 속에서 절을 하고 말았다.

에궁...

 

다른 계절에 다시 오고 싶을 만큼 불영사는 고즈넉하고 아름답게 정돈된 절이었다.

비구니 스님이 계시는 절인가 보다.

스님의 배려로 강의를 하는 설법전에 잠시 머물며 쉰다.

 

알맞게 마모된 돌탑도 좋고, 건물의 그림자가 그대로 비친다는 연못도 일품이었다.

골을 따라 흐르는 돌 우물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스님에게 부탁드리러 갔던 아래채 건물도

매우 정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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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으로~~

이번에는 터널이 뚫린 덜 꼬불거리는 길을 택한다.

훨씬 낫다.

기사 아저씨는 최대한으로 천천히 달린다.

춘양면에서 송이돌솥밥을 먹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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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춘례는 유자로 시작하기 때문에 다시 3조가 되어 저녁 뒷설거지를 한다.

아주 착하게.....

 

그리고 예선을 거쳐 올라온 선수들이 모여 신발던지기 결승을 한다.

그리고 스피드 퀴즈~

120 문제를 만들어 온 정희, 그리고 경숙이와 진행을 한다.

 

문제가 나온다

애들이 목숨을 걸었다.

지아비가 답인 문제가 있었다.

애들이 막 소리친다.

웬수!

 

승애한테 연속극 문제를 내려고 하자마자 걔가 외친다.

패스!

하긴.....  홍콩아가씨가 한국 드라마를 알 리가 있나~

 

어찌나 문제에 몰두했던지 친구들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내 원 참~

이런 아이들과 내가 같은 학교를 다녔다니 이렇게 목숨 부지한 것만 해도 기적이다!

 

그리고 새벽까지 노래, 또 담소....... 약간의 율동?

 

난 눈이 자꾸 붙어서 어떤 애가 깔아놓은 이불에 그냥 누워 잠이 든다.

잠결에 들었다.

어! 내 자린데 누가 자지?

옥규야

어떤 애가 말한다.

내가 나가서 잘게 하면서 그 아이가 조심스럽게 나간다.

비몽사몽 중에 미안해 하는데 말이 안 나온다.

누구였지? 정숙이였니? 현숙이였니?

미안하고 고마워~~~

신포동 냉면 사 줄게~~

 

어제는 얌전히 유리 밖에 앉아 안에서 노는 아이들 구경만 하고 있던 아이들이

오늘은 뒤늦게 발동이 걸려 잘 줄을 모르고 논다.

한경숙이! 넌 그렇게 재밌는 애가 왜 매번 늦게 발동이 걸리는 거야!

 

돌아가며 노래하고 웃고 얘기하고.....

우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웃으며 잠이 든다.

쟤 박자 틀리네, 쟤 또 음 떨어지네 ㅉㅉㅉ 혜숙이가 들으면 또 뭐라 하겠다....., 

늦바람이 더 무섭다더니 쟤 인제 큰일 났다, 

 

그러다가 나는 잠이 확 깬다.

경숙이가 부르는 노래 <달팽이>가 들려서이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름답다.

너무나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 내가 경기상고 있을 때 경숙이가 우리학교에 와 우리반 애들과 수업하며 불렀던 노래.

어쩌면 좋아......

 

또 누가 기가 막히게 부른다.

아마 안나였을 것이다. 제목이 무엇이었을까

안나가 가슴에 품은 노래인 것만 같다.

 

잠결에 노래를 들으며 행복함으로 가득 차 다시 잠이 든다.

그나저나 우리 탁가수 노래를 못 들었네.....

아니 쟤네늘은 언제 자려고 어쩌구 저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