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 재단에 대한 이야기는 저번에 했었지?

장애인 전용 재활 병원을 짓기 위해서 기금을 모으고 있는 재단이지.

직원들이나 거기에 관계하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거의 자원 봉사 수준으로 일하고 있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이들과 함께 한 일이 있어.

(분명히 밝히지만 내가 한 일은 아주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구석탱이 일이었다. 소설 쓰지 마라) 


열한 명의 장애 학생들과 두 명의 동화 작가(한 분은 고정욱 선생님으로 지체장애 1급이라 휠체어 타신다), 한 명의 시인, 여러 명의 화가들이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어.


시각장애, 청각장애, 발달장애, 지체장애 애들이었어.

우리 학교에서도 두 명의 아이가 참가했고, 다른 학교까지 해서 청각장애 학생이 모두 7명이었어.

난 그들에게 수화 통역을 하기 위해 참가한 거였고.


매주 월요일에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이것도 무료 대관)에 모여 두 시간씩 진행되었지.

이 아이들에게 동화의 처음을 가르치고 글을 쓰게 하는 일은 참 힘든 일이었어.

작가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 많이 하셨지.

아이들의 생각을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 엮어낼까 고심하는 모습은 옆에서 보는 나로서도 참 안타깝고 짠하고 그랬어.


실은 나도 너무 바쁘고(놀고 싶어서) 그리고 코 꿰기 싫어서(지 일도 못 하는 주제에라는 생각이 발목을 끌어서) 여러 명의 선생들이 나눠가며 수화 통사를 하려고 했는데 내가 먼저 가 보니까 그렇게 나눌 일이 아니더라구.

그곳 분위기의 흐름이 있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바뀌면 아이들이나 지도 선생님이나 혼란이 오겠어서 그냥 내가 가기로 했지.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오는 아이들 중엔 전라도 광주에서 오는 아이도 있었어.(형옥이는 쇼그렌 증후군이라는 병으로 눈이 거의 안 보이고 심한 류마티스에 햇빛을 쐬면 온몸에 멍이 드는 아이야. 아주 쾌활한 아이였지.) 6개월 만에 태어나서 시신경이 발달하지 않아 맹인이 된 목소리 걸걸한 하은이, 근무력증으로 서서히 근육이 퇴화해 가는 하은이를 좋아한다는 하늘이(속눈썹이 얼마나 길고 크고 맑은 눈을 가졌는지...), 옷이며 물건이며 모든 것이 분홍색인, 전혀 주위를 고려하지 않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 자폐에 지적장애인 동연이(엄마 아버지가 모두 교수라던데), 키가 90센티 정도 되는 착한 소연이, 그리고 우리 아이들.

무슨 할 말이 있었겠니?

두 달 동안은 작가 선생님들의 독려로 글 쓰는 일을 했고, 그것이 끝나자마자 화가 선생님들과 미술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생각을 거의 그대로 존중해 주는 미술 작업 시간이었지.

삽화에 사용될 그림을 만들고(?) 그리는 여러 방법만 제시해 주시더라구.

예를 들어 시각장애는 주로 손으로 만드는 것으로, 찰흙, 헝겊, 끈, 모래, 구길 수 있는 종이.... 이런 것들을 사용하게 하고 옆에서 아이들 손에 전해 주었지.

청각장애 아이들은 워낙 미술적인 면에는 강하니까 오히려 조언하는 걸 싫어하더라구.


거의가 30대 초반인 화가 선생님들 참 착한 젊은이들이었어.
물끄러미 이들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어.

참 아름답다, 나 젊을 때는 뭐하고 살았지? 이러면서.


세 달에 걸친 작업이 드디어 끝나고 우리들은 몽땅 거제도로 여행을 갔어.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도 같이 가셨고, 그 화상 입고 재활한 이지선이라는 고운 애기씨도 같이 했고.

휠체어가 세 개, 네 개나 되고 자원봉사자가 한 사람 당 한 명씩 있었지만 그 여행은 고행의 연속이었어.

하지만 그 전날 밤 그 아이들이 만든 연을 담날 새벽 거제도 몽돌 해수욕장에서 날리던 모습은 정말 참 좋았어.


그 책이 나왔어.


제목은 위에 쓴 <에베레스트를 오른 얼큰이>야.
하늘이가 쓴 동화의 제목을 전체 책 제목으로 붙였더라.

왜 그랬을까?..............


샘터 출판사에서 책을 내 줬어.

전국 서점에서 살 수 있다더라.

하나 걱정은 늘 아이들 옆에 붙어 있을 수밖에 없어서 그렇기는 했지만 내 사진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래서 부끄럽고 찝찝해. 정말 괴롭거든.
하지만 그 책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니깐 우짜겄니?

그것만 아니면 많이 권하고 싶어.

샘터사의 민마루라는 분이 만들었는데 참 예쁘더라.
모두가 홍보대사가 됩시다! 이렇게 말하더라. 함께 한 사람들이.

그래서.......

아참! 이 책의 인세는 모두 푸르메 재단으로 들어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