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처음 맞는 가장 좋은 계절 10월!!

 

난 요즈음 좋은 날씨 속에 평일의 여유로운 낮시간을 이용해 서울길 걷기에 빠져 지낸다.

길상사와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진 부촌과 각국의 대사관이 모여 있는 성북동길,

북악스카이웨이 옆으로 쭉 이어진 산책로와 백사실 계곡과 부암동 주변길,

쓰레기 매립장이 천지개벽한 하늘공원의 억새풀 사이길과 메타세콰이어길,

홍제천길을 따라 이어진 안산 공원길,

궁궐의 건축물들을 보듬어 안고 단풍이 물들어가는 창덕궁 고궁길,

소극장들이 즐비한 대학로와 마로니에길,

젊은이들의 활기 를 함께한 홍대앞길,

한강 바람을 맞으며 걷는 선유도 공원길 등등등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낙산공원으로 이어진 이화동 벽화마을 골목길이다.

낙후지역을 조금이라도 되살려 보려 시도한 서울 벽화 마을의 원조인 이화동 벽화마을은

2006년부터 예술가들과 주민의 노력으로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파른 계단과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달동네가 개성적인 그림으로 유명해졌고,

영화나 드라마 등의 촬영 장소가 되고 명소로 소문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다.

나도 이런 무리들 중의 한 사람으로 이곳을 찾았는데, 곳곳에 ‘낙서금지’라 쓰여진 글과

아무렇게나 뒹구는 쓰레기들을 보니 왠지 주민들에게 미안하고 조심스럽다.

 

북악(북), 낙산(동), 인왕산(서) 남산(남)의 산줄기를 따라 기가 흐르고

그 기가 모이는 길지로 조선의 도읍이 된 서울인지라

산비탈에 집들이 많이 들어섰는데,

그 중 남향받이로 입지가 좋은 성북동이나 평창동은 고급주택들이 들어섰고,

서향이고 가파른 이곳은 가난한 사람들의 터전이 된거려니 생각하며,

며칠 사이로 다녀온 두 산비탈 지역의 사람 사는 모습들이 너무나 달라 미묘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곳 저곳에서 그림을 보수하고 다시 작업하는 작가들과

가파른 계단에 화분대를 설치하고 화단을 조성하는 조경전문가들이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들을 보고,

배추와 채소 등을 공동으로 가꾸며 함께 모여 웃고 얘기하는 주민들을 대하니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나고

비록 집들은 초라하지만 마을은 생기가 넘치고 정감이 느껴진다.

 

평일이라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아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휴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온다고 하던데

이곳이 그냥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사는 마을이라는 생각을 갖고

생활이 어려운 이곳 주민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외국 박물관처럼, 마을 입구에 성금함을 설치해

입장료도 없는 이 마을에 작은 마음과 정성을 모아주는 것은 어떨지??

 

골목 골목에 펼쳐진 예쁜 그림, 주민들의 생활과 감성이 담긴 그림들을

보고 사진도 찍으며 걷다가,

마침 골목 코너에 작은 슈퍼가 있어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먹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아주 조금 대신하며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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