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누군지 금방 알아보겠지?



팝콘 터지는 장면 나오는 영화 셋트장있는 곳에 임시로 가설된 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는데 우리 친구들은 해를 가릴 천막이 없는 곳에
앉게 되었어.  대충 한그릇 먹고나니 너무 뜨거워 4회 서순하 선배님이
사주신다는 감자전도, 후배 누군가가 직접 길러 올려보낸 참외도 포기하고
그늘진 곳만 헤메게 되었지.  



항아리가 있는 뒤란을 돌아 뒷쪽으로 가보니 산책로란 팻말이 보이더라.
우린 산책 좋아하잖아.  선옥이, 나, **연, **숙 이렇게 넷이서 60도쯤 되보이는
곳을 올라가게 되었어.  분명 산책로 화살표가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거든.
좀 이상하긴 했지만 올라보니 산 중턱쯤 - 산이래야 셋트장 안에 있는 카메라에
딱 잡히기 좋게 낮고 삼각형 모양인 산 - 에는 벤치도 두개 놓여있더라.



긴 채양아래 주욱 앉아 식사하는 모습들이 내려다보기 좋았어.
그 곳에 계속 있고 싶었는데 선옥이 딸이 엄마 내려와~하고 외치니
다람쥐처럼 지만 뽀르르 내려가 버리는거야.  난 납작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미끄러질까봐 한발한발 조심해서 내려가고 있었는데..

앞에서는 관광간다고 예쁘게 핸드백과 구두를 챙겨신고 나온 멋쟁이가 엉금엉금,
아, 그런데... 뒷따르던 아이, 정말 울상이 되어서 꼼짝도 못하는거야.
"무서워, 나 두고 가지마"  "너, 어른 맞아?" 울것 같은 그앤 드디어 철퍼덕 주저앉아서
엉덩이로 한걸음 한걸음 내려오는거야.  말도 안되.  관악산도 거뜬히 오르던 그 아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산이 떠나가도록 웃음이 터져나와 눈물까지 나올 지경이었는데
그앤 정말 무서운가 보더라.  바지 버린다고 산 옆 보지말고 바로 발바닥만 보고 내려오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앉아서 엉덩이로 내려왔단다.

설경이가 사진 얘기하니까 내 카메라에도 버리기 아까운 사진들이 있어 공개한다.
숙아, 그때 큰 소리로 웃어서 미안해.  그래도 사진보면 지금도 또 웃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