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이 있는 검암역 근처 라 메르라는 카페에서 열네 명 친구들이 모였다.

이 모임의 주관자인 숙희가 미리 와서 자리를 준비하고 빵도 준비하고 있었다.

밝은 얼굴로 나타난 인순이는 어제 부지런히 만든 두 종류의 식혜를 나눠 주고, 신영 회장

님이 만든 구수한 귤차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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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조카 결혼식 보러 온 규희도 참석하고, 오랜만에 쉬고 있는 윤순이도 반가운 모습 보여주고.

이번에 간호 문학상 수기 부문에 당선된 안성의 이명숙이가 또 반가운 소식과 함께 모습 보여 주고(2월에 시상식 한다니 나중에 시간 있는 친구들 함께 가서 축하해 주자),

감기 걸린 애들만 오지 못 했다.


강신영, 정인순, 강숙희, 이명숙, 전경숙, 방윤순, 이규희, 김안나, 김혜영, 문정숙, 황연희, 윤영혜, 임옥규, 나중에 강연 끝나고 나타난 유설희 이렇게 모두 열네 명.


오늘의 책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원 제목 Man's search for meaning

숙희의 간단한 발제로 시작하였다.

숙희는 친구들이 마음 편하게 책을 접하고, 자유스럽게 이야기하거나 듣거나 하면서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다.


신영이가 간단히 정리한 것을 토대로 해 서로 나눈 이야기를 적어 본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선택이 필요하다.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자유의지로 어떤 선택을 하는가? 여기에서 의미를 찾는 것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부정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선택할 수 있다.

-나의 의지와 능력과 무관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몹시 힘들고 열등감에 시달렸다. 나의 좋은 점보다는 못난 점이 앞을 막았다. 내가 잘 하고 의미있는 일을 함으로써 나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다. 이런 힘든 경험을 하고 나 자신을 긍정하고 극복해 나가면서 낙엽 한 장만큼이라도 성장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결국 사랑이 근본적인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두 사람 사이에 연결된 그런 깊은 사랑은 결국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이 죽은 사람의 주머니에서 발견한 유대인의 구절은 그런 것을 암시한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가장 깊은 인간성에 닿을 수 있는 길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여화가 밑줄 친 구절처럼 사람이 돼지가 될 수도 있고, 성자가 될 수도 있다.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기 위해선 내가 변해야 한다. 요즘 대림기간 중 40주 성경공부를 하면서 너무나 느끼는 바가 많다. 해가 지는 멋진 풍경을 보고도 전과 다르게 너무나 아름답게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힘들었을 때가 겹쳐지며 감정이 격해져 여러 번 책을 놓고 숨을 가다듬었다. 나만 힘들었던 건 아니지만 너무나 힘들었고 지금은 그런 마음을 놓아버리니 조금 편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이 정리된 느낌이 들었다. 잘 넘겼구나 하는 안도감. 이 책이 내 마음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거워 웃을 일도 별로 없는 세상에서 이런 책까지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듣는 동안 감사하고 감사의 조건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요즘 이상한 현상이 있는데 갈등이 너무 심한 영화나 소설을 만나면 두려워지고 보기가 싫어진다. 물론 이 책은 이상할 정도로 굉장히 객관적으로 썼고, 거의 연구하는 자세로 서술했기 때문에 그렇진 않았지만 다른 영화나 소설은 그렇다. 왜 그런 거지?)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며 일본 소설 <인간의 조건>이 생각났다.

그때 읽은 그 소설은 정말 가슴을 너무나 답답하게 했고 읽는 내내 힘들었다.

-상황은 다르지만 너무나 병약해지시는 엄마와의 생활로 머리가 복잡할 때가 많다. 좀 편하게 지내라는 나의 말에 엄마는 넌 왜 그렇게 화를 내니? 난 어렵게 살아서 버리지 못한다고 말씀하신다.

-늙으신 부모와 평화롭게 지내는 일이 정말 힘들다.

-삶의 의미를 못 느낀다는 부모에게 어떻게 해야 할런지.... 생각해 보면 그분들은 우리가 겪지 못한 많은 고초를 겪으셨고 우리는 그런 점을 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노인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함께 살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나를 먼저 사랑하면서 남도 사랑해야 할 것 같다.

-규희는 차분히 자기의 지나온 이야기를 했다. '시간'의 의미를 느끼는 이야기.

너희는 이렇게 자주 만나서 참 좋겠다 이렇게 말했다. 어여쁜 규희.

-의미를 찾으며 고통을 이겨낸다는 것이 놀랍다. 살면서 모욕을 당하고 삶의 희망이 사라질 때 난 인간 절망 속의 존엄성을 찾기 이해 베드로전서 2장 9절을 읽곤 한다. 어떻게 보면 막연한 긍정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면역력을 좌우한다고 한다. 힘들게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한다.

-비교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 이런 상황과 비슷한 건 절망적인 병에 걸렸을 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갖느냐 하는 것이 인격의 총체인 것 같다.

-어떤 고통도 그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고통스런 삶에도 나의 책임이 있다.

나머지는 각자의 몫

-빅터가 어릴 적에 다리 있는 곳에서 나쁜 아이들이 떼로 모여 너 유대인이지? 하면서 위협을 했대. 그 아버지는 모욕을 감수하며 피해 갔는데 빅터는 이렇게 말했단다. -그래 나 유대인이야 근데?- 그러자 할 말이 없어진 그 아이들이 사라졌대. 그 일이 그가 나중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로고테라피 공부의 기본이 된 것 아니냐는 글을 보았어.

-독서모임은 내 취향의 책만 읽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이 좋아하는 책도 읽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생각을 넓혀갈 수 있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그러니 다음 책을 추천해 줘~


다음 책

<나이듦 수업> 고미숙 외-서해문집

일시: 2019년 1월 15일 화/11시

장소: 아라뱃길 검암역 라 메르

회비: 15000원


친구들이 너무나 책을 꼼꼼하게 읽고 줄 긋고 공책에 정리해 와 발표하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왜 놀랐냐면 친구들의 넘치는 성의와 욕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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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진작 할 걸..... 이런 애들을 가르친 선생님들은 얼마나 좋으셨을까 이런 생각도.

우리 학생 때 이런 수업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생각도.

나는 지금까지 독서모임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책을 혼자 읽는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건 그냥 혼자 하는 일이고 혼자 갖는 시간이고 또 해 본 일 중에서 뭐 가장 재미도 있는 일이니까.

요즘 같아선 읽고도 매번 잊어버리니까 매번 새 책을 읽는 것 같은 즐거움도 있고.

그런데 오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훌륭한 선생님들을 이렇게 떼로 만나다니! 그것도 같은 세월을 살아온 우리 친구들이니 또 만날 수 있잖아. 이거야 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숙희 고마워! 너무도 사랑스러운 선생님

두 시간은 너무 짧지 않니?^^

나 더 많이 듣고 싶단 말야~~


명숙이 비단에 수 놓은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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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을 이끄는 숙희는 고등학교 때 옆 학교 학생들이랑 독서모임을 했단다.

누구 누구 이야기 하니까 뭐? 걔가 너네 서클이었어?

이야기가 딴 데로 빠질 뻔 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