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정해진 수업이 일찍 끝나거나 왜인지 아이들이 기운이 없어 보일 때면 늘 같이 영화를 봤다. 맡는 애들마다 다 달랐다. 아이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그 리듬을 잡아야 했다. 좀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들은 수업도 신나게 하고 영화도 잘 봤다. 많은 영화를 저장해 놓고 일 년간 끊임없이 봤다. 나는 보고 또 보는 것이지만 아이들과 영화를 보는 시간은 늘 좋았다.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라는 만화영화는 화면도 아름답고 내용도 좋지만 재미있기도 해서 되풀이 되풀이 보았다.

거짓말처럼 내용은 생각이 자세히 나지 않지만 야쿠시마 그 원령공주의 숲은 내 마음에 자리잡았다.

이 영화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영화를 만들기 전에 그 숲에 왔었다고 했다.

산 위에 올라가 보니 그 영화와 완전 똑같은 광경이어서 모두 아! 하고 웃었다.

모노노케 히메가 흰 늑대를 타고 날던 그 모습.


퇴임을 하고 세 개의 트레킹을 신청했는데 모두 인원이 차지 않아 못 갔다.

이번에 야쿠시마 트레킹도 다섯 명 밖에 신청하지 않았지만 그대로 출발한다고 해서 나섰다.


평소에 운동도 안 하고 걷지도 않다가 갑자기 불끈 힘을 내 가방을 싸면서 말도 안 되는 전의를 불태우며 떠나 죽을 고생을 하곤 하지만, 이번에도 정말 너무 준비도 안 하고 그곳에 대한 공부도 안 하고 갔다 좀 고생을 했다.

일주일에 8일, 한달에 35일, 일년에 13개월 비가 오는 곳이라는 말을 왜 그렇게 흘려 들었는지...


한때 마을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삼나무를 벌목해 살았다.

학교가 있을만큼 번족한 마을이었다. 무한대의 삼나무가 있었으니까.

그 나무를 이송하기 위한 8키로의 철길이 놓여 있고 그것은 지금도 가끔 쓰인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마을이 없다.

그곳은 유네스코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엄중한 보호를 받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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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까지 비행기로 한 시간, 배를 타고 야쿠시마까지 두 시간.

손글씨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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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 박물관

주로 강수량에 대한 기록이 많이 있다. 이때 알았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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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화산이 폭발한 섬이 12키로 떨어져 있다.(앞에 보이는 섬) 

거기서 나온 화산재가 모래와 나무에 덮여 있네.

이곳은 붉은 거북이 산란하는 곳

거북이 여기 모래 속에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가서 캘리포니아까지 갔다 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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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 온 화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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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불가사의한 거북이의 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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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선 밖에 없어 앞에서 오는 차를 만나면 아찔한 길가에 이렇게 원숭이, 사슴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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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숙이란 곳에서 머물었는데 민숙은 소위 일본의 여관보다는 소박하지만 거의 운영은 비슷하게 하는 곳. 잠자리며 음식도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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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8키로의 기찻길인데 여기 걷는 게 제일 힘들었다.

이 8키로를 걸어야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기찻길 왕복 16키로, 산길 12키로, 대충 하루에 30키로 정도 되는 트레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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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숲이니 원시림이니 하는 말을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말도 쉽게 했지만 이곳은 좀 충격적이었다.

물론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곳이니 생육이 번성한 거야 당연하겠지만 정말 대단했다.

그 속에서 자라 온 나무들의 위용이란...

일본인들도 모두 가이드를 따라 올라가는데 그 행동이 조심스럽기가 짝이 없고 모두 마치 성소에 가는 자세다.

스틱도 되도록이면 사용 안 하고 사용하려면 끝에 꼭지 마개를 껴야 한다.


삼대목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처음 알았다.

1 대 조상 나무가 몇천 년 살다가 죽으면서 그 씨앗이 둥치에 묻어 다시 그 썩은 나무에서 자라고, 또 몇천 년이 흘러 그 2 대 나무가 죽으면서 그 위에 삼 세대 나무가 자라는 것이다.

물론 1 대와 2 대 나무는 형체가 없다. 뻥 뚫린 구멍만 있고 그 위에 강건한 나무가 우뚝 자라고 있다.

이 나무 밑에 보이는 구멍이 바로 1 대 2 대 조상 나무가 있던 흔적이고 아무 것도 없이 뻥 뚫려 있다.

6~8천년 정도 된 나무들이라고 하나 정확한 나무 나이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 방사선을 활용한 조사에서 7, 8천년 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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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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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구멍 속으로 들어가 위를 본 것

허공 속에서 젊은 3세대 나무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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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는 건강한 이런 나무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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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나무와 바위에는 이끼나 고사리류의 생물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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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당시 4000년 정도로 추정되었고 현재 7200년 정도 되었다고 알려진 가장 오래 된 조몬스기

잘 보기가 어려웠다.

조몬시대부터 살았다 해서 조몬스기라 하는데 높이가 25미터, 둘레가 16.5미터.

눈이 내려 가지 하나가 꺾였는데 조사해 보니 가지 하나가 천 오백살 정도, 그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나무가 7200살 정도는 되었다고 본다고 한다. 그 나무 위에 자라는 다른 나무 종류도 이십여 종류가 된다니....

비가 오고 비가 오고 비가 오고.....

하루종일 비를 맞으니 비옷도 소용없고

너무 젖어 지금까지도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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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걸은 거리 30키로 정도, 총 41480보.

기찻길 왕복 16키로를 걷는 게 피곤하기는 하지만 산 자체는 완만하고 어려운 편이 아니라서 비 준비만 철저히 하고 가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다.

비옷 바지, 비옷 윗도리, 좀 실한 우비가 있으면 충분하다.

추천하고 싶다.

물젖은 산행을 끝내고 욕탕에 들어가는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가고시마 숙소에서 체험한 검은 모래 찜질, 그야말로 태평양을 바라보며 하는 야외온천은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