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최수월 작시/ 이현철 작곡



늘 그랬듯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엔

가슴골에 숨겨둔 그리움이 차올라

그대는 거기서 울고 난 여기서 울었고

그대는 거기서 울고 난 여기서 울었다



늘 그랬듯 오늘처럼 비오는 날엔

가슴골에 숨겨둔 그리움이 차올라

그대는 거기서 울고 난 여기서 울었고

그대는 거기서 울고 난 여기서 울었다



지운다고 지워질 이름이라면

벌써 다 지워진 이름이겠지

잊는다고 잊혀질 사람이라면

이미 다 잊혀진 이미 다

잊혀진 잊혀진 얼굴이겠지



지우고 산다는 것 쉬울 리 없으니

이젠 우리 서로 그리움 찾아 헤매지 말고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살아가며

그리움에 익숙해지기로 해



어쩌다 서로에게 가는 길을 잃었을 뿐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는 우린데

어찌 지우고 어찌 잊겠는가

어찌 지우고 어찌 잊겠는가

그저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살다 살다

다음 생에 그대는 구름 난 바람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겠지



https://www.youtube.com/watch?v=1APZk0AhVdc



집에서 걸어 채 10분이 안 걸리는 곳에서 하는 합창을 하러 다니고 있다.

두 달 되었다.

매주 월요일 3시부터 5시까지 한다.

이런 저런 일로 빠지고 하기 때문에 두 달이래 봤자 몇 번 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좋아하고 무척 기다린다.



가 보니 놀라운 점이 많았다.

우선 평균 연령이 75세 이상이었다.

지휘자가 칠십 세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2~30년 해 오신 분들이라 한다.

82세도 일곱 분이나 계시다.

그 중 몇 분은 잘 걷지도 못하셔서 누가 부축해서 모시고 온다.

그래도 항상 단정하게 옷을 입고 머리도 멋있게 손질하고 얼굴도 곱게 화장하고 오신다.

집도 가깝지 않다. 멀리 수지에서도 오시고, 평촌에서도 오시고, 일산, 탄현 등...

이 동네에 사는 분들이 아니다.

이 시간의 즐거움을 잘 알고 그래서 그 기쁨을 잃고 싶지 않아서 오시는 듯하다.



악보를 잘 찾지 못하는 분도 계신데 그건 조용하지만 사려 깊고 적극적인 총무님이 돌아다니며 찾아 주신다.

하지만 펼쳐진 악보를 보고 쭉쭉 소리를 내신다.



난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합창했던 것만 믿고 갔다가 낭패감을 많이 맛보고 있다.

높은 음이 올라가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고

마치 목 꺾인 수탉이 꺽꺽대는 것처럼 괴이한 소리가 나와 이만저만 꼴불견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리다 오기도 여러 번.

높은 음 안 올라가니까 알토 파트로 갔는데 음보를 할 수가 없었다.

오래 되신 분들이라 파트 연습을 안 하고 그냥 노래를 하시니

어떻게 내가 악보를 보고 척척 음을 낼 수 있겠는가.

그러니 또 붕어.



그런 와중에 부른(?) 노래이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아니 입만 벙긋거리며 웬 눈물?

사실이 그랬다.



위 노래 -그리우면 그리운대로-는 거기 가서 처음 듣고 불러 본 노래다.

가사만 보면 좀 신파 같기도 하고 살짝 거시기한 부분도 있지만,

음을 붙여 직접! 노래를 부르면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며칠 후에 친구가 한 명 왔는데 내가 난 이 노래만 부르면 눈물이 나온다 했더니

피~ 웃겨 하면서 웃었다.

그러더니 노래 부르던 이 친구도 콧물 눈물~~

그리움에 익숙해지기로 해 이 부분이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우리는 서로 보고 울고 웃느라고 죽을 뻔 했다.



우선 노래하는 즐거움이 커서 두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늘 아쉽다.

잘 하네 못 하네 스트레스도 없다.

그냥 부르면 된다. 참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 시간 동안 굉장히 여러 노래를 부르는데 듣는 것과 달리 부르면 더 좋은 노래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석굴암, 국화 옆에서, 그리움, 그대는 내 모든 것, 첫사랑.......



팔십 이세 되신 두 분이 그만 두었다.



-이 행복한 시간을 잃고 싶지 않아 몸이 아파도 꾹 참으며 참석했지만 이제는 찬 바람이 불면서 계단 오르기도 내려가기도 어려워 눈물을 머금고 이별합니다.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노래처럼 그리움에 익숙해지기로 합니다. 그래도 너무 슬프네요.-



이렇게 단톡방에 올리셨다.



이렇게 또 왕언니들께 남일 아닌 것을 배우며 노래한다.



친구들~ 오다가다 시간 되면 들러 같이 노래하면 좋을 것 같다.



매주 월요일 오후 3~5시

종로구 부암동 부암아트홀(윤동주 언덕 다음 다음 정류장 또는 자하문 터널 지나자마자 하차)

경복궁 역 3번 출구에서 아무 버스나 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