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와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여행을 다닌 그대들의 사진을 보니 청춘 못지않은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지네. 



  창밖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비오늘 날 늦가을 풍경은 그 어떤 시어로도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비상감을 준다. 짧게 왔다가 가버리는 가을날이 아쉬워서 감상해보라고 투척하는 이 곡은    

 

                     Secret Garden의 Sometimes When It Rains

                              https://www.youtube.com/embed/pD7UIuImqgM"


   이 계절이면 부는 바람에 몸을 싣고 허공을 떠도는 낙엽을 보면 내 마음도 부유(浮遊)하고, 내리는 비에 젖은 낙엽을 밟으며 내 마음도 추적추적해지곤 한다. 이해인 수녀님은 이즈음의 풍경을 바람과 나무들이 잎이 질 때마다 한 웅큼 시(詩)들을 쏟아낸다고 표현하셨다. 수녀님이 한 웅큼씩 쏟아내는 시어(詩語)는 책갈피에 간직하고 싶은 단풍잎처럼 곱고 예쁘다. 


  가을의 들녘은 풍요롭고 멋스럽다. 작년에는 곱게 익어가는 벼들이 금잔디처럼 곱디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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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 초가을부터 연이어 불어온 큰 비바람에 고개 숙인 벼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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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역시 예기치 못한 거센 비바람을 맞고 죽을 만큼(죽어본 경험이 없으니 죽을 만큼이란 표현은 어폐가 있지 않을까?) 아니 살만큼 고생했다. 쳐들어오는 세찬 비바람을 방어하며 나의 기관지와 폐는 내상을 입고 요동을 쳤다. 고열과 밤새 멈추지 않는 기침, 오한, 내장이 요동치는 울렁거림 등..... 처방된 독한 약으로 인해 입안이 사막처럼 까실까실해졌다. 문득 암환자들의 투병이 얼마나 힘들까 약간 공감이 갔다. 회복기에 들어서고 있지만 유경험자인 지인이 회복기에 더욱 조심하라고 해서 아직 몸을 사리고 있다. 바람도 무섭고 비오는 날도 무섭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제 늙었나보다. 개는 사람보다 7배는 더 빨리 늙는다고 한다.


                     

                              11년 전 우리 집에 굴러들어온 똥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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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똥강아지는 이제 사람의 나이로 치면 77세로 나보다 더 늙었지만 아직은 개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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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 첫 번째 사진 황금 들녘에서 개폼 잡고 있는 똥개가 9살 둘째이고, 바람과 나무들이 쏟아낸 형형색색의 시(詩)를 깔고 앉은 아래 사진 속 방자한 개뇬이 방년 5세의 우리 집 막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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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자식들 소개를 하는 세상이라니 개판일세.

 그래도 가을날의 희노애락을 함께 해준 내 고마운 식구라네.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