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이 둘째 딸 이름이 은모인데 그에게 다섯 살짜리 딸 규원이가 있다.

혜정이는 딸 가까이 살면서....가 아니고 딸이 엄마 가까이 살면서(죽어도 안 떨어지고;;)

엄마 갑자기 회의가, 엄마 학회가, 엄마 갑자기..... 할 때마다 딸네 집으로 달려가는 듯하다.

어느 날 혜정이네 집에 갔다가 시집 간 딸 방을 보고 걔 결혼한 거 맞니? 물은 적도 있다.


어느 결혼식에서 세 살 정도인 규원이를 본 적이 있다.

아빠 품에 안겨 상대를 차분히 바라보는데 어린 꼬마가 퍽 신중하네 그런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은모가 어제 자기 딸이 하는 말을 적어 할머니인 혜정이에게 보냈다는데

너무 재밌어서.

꼬마 철학자가 탄생했어.

하긴 애들은 모두 철학자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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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규원이가 오늘 자기 전에 내 품에 안겨서 했던 말이야.


1. 규원: 나도 콩순이처럼 세요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레인보우 루비처럼

           말하는 장난감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어. 나는 만화가 너무 부러워.

          (하고 한참 울다가)

          세요 같은 친구를 만들어 줘. 

          루시는 말이 안 통해서 별로고, 차라리 말하는 물고기 장난감이 훨씬 좋아.

    나:  ㅋㅋㅋㅋ


2. 규원: 왜 어른들은 특히 아빠는 내가 말하거나 행동하면 자꾸 웃는 거야?

            그게 너무 기분이 나빠.

      나: 너가 나중에 커서 예쁜 아기를 낳았는데 너무 말도 잘하고 똑똑하면

           어떨 거 같냐? 너무 예뻐서 웃음이 날 것 같지 않아?

          (했더니 납득ㅡㅡㅋㅋ)


3. 규원: 내가 아기 낳고 죽으면 그 아기가 또 아기 낳고 죽고 아기 낳고 죽고

           아기 낳고 죽고 하는 거야??

         나: 그래.

   규원: 내가 크면 엄마가 할머니가 되는 거야?

        나: 그래.

   규원: 그럼 엄마가 죽으면 나를 지켜 봐 줄 수 있어?

           내가 거짓말 안 하고 잘 살 테니 지켜 봐 줘.

      나: 꼭 그럴게

   규원: 근데 왜 아기 낳고 죽고 아기 낳고 죽고 계속 그래?

      나:  엄마 아빠 몸에서 규원이가 태어난 거니까 엄마 아빠가 죽어도 규원이 몸에

            살아있는 거나 같아. 규원이가 죽어도 규원이 아기 몸에 규원이가 살아있는

         거와 같애. 우리는 100살까지 살지만 아이들을 계속 낳아서 사실 영원히

         사는 거야.

   규원: 그럼 숫자에는 끝이 없다 했으니 (요즘 계속 숫자에는 끝이 없는지

          물어봐서 가르쳐 줬음) 지구에 사는 사람들도 계속 끝없이 사는 거야?

      나: 그래. 다만 환경이 오염돼서 지구가 사라지면 사람도 못 살아, 그러니까

           환경오염 안 되게 지구를 지켜야 사람들도 영원히 살 수 있는 거야.

    규원: 응 그렇구나.


4. 규원: 근데 왜 받침이 두 개인 글자가 있어?

       나: 글쎄.... 그런 글자들이 몇개 있어도 괜찮아. 많이 같은 거.....

            (예를 들고 있는데)

규원: 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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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너무 귀여웠다 규원이ㅜㅜㅜ 첨에 만화가 부럽다고 엄청 울 때도 진짜 귀여워

죽는 줄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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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는 사람도 5학년 때 화장실이 아니고 그때는 뒷간이었지.

시골에 살았으니까.

일을 보다가 갑자기 사람이 왜 죽지?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대.

어! 그럼 우리 엄마도 죽겠네 하는 생각을 하니 너무 슬퍼서 그 냄새나는 뒷간에서

한참을 울었다네.

그 이후로 친구들과 하는 놀이가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이 꼬마 다섯 살인데 재밌다.

그러니 허리가 부러져도 어떻게 안 보러 가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