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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선이 걷는 탄천길에서>


정말 오랫동안 많은  비가 내렸다.

속수무책이었다.

제습기를 틀어 놓아도 그때뿐 마치 엄청난 습기의 대군이 쳐들어오는 듯한 날이 이어졌다.

전국의 수해는 말할 것도 없고.

앞마당 변변찮은 나무에도 작은 새들이 비 좀 막아 볼까 어쩔 줄 모르고 왔다갔다 하고,

길고양이들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고.

매미는 부화되지도 못하고.

요즘 유달리 매미 껍질을 많이 보게 된다.


친구들은 이런 와중에도 짬을 내어 비가 다소 주춤할 때마다 나가서 걸었다.

나도 그랬다.

걷기는 우리의 일상의 중심이 되었다.

건강을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건강에도 좋다.

다리의 근육이 여간 단단해진 게 아니다.

하루 겨우 만 보인데 만만치 않다.

너무 끼어서 입지 못하게 되었던 바지가 쉽게 들어간다.

겉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분리수거가 된 것 같다.^^

잠도 일찍 자게 된다.

그래도 난 이게 몸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북악스카이웨이 길을 걸어올라가는데 사이클 탄 사람들이 오르막길을 힘겹게

많이 올라갔다.

패달을 구르는 그들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보니 와우! 싶었다.

비가 올 때도 잠시 멈출 때는 금방 개미가 나타나고, 불쌍한 매미가 우짖었다.

나도 꼭 개미 같았다.


정금이의 아기는 이 빗속에 유아영세를 받고(축하해 김시아 엠마야)사본 -IMG_5996.jpg


할머니 걸으며 운동할 때 친구 손녀는 할아버지와 색종이 접기를 하고IMG_6006.JPG



내려가는 길이 있으면 올라가는 길도 있고,

맑은 물이 내려 와 기분 좋게 세수하고는 물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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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뿌리지도 않은 나팔꽃씨가 깨어나 비어진 화분에 자리를 잡더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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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도 나팔꽃이 있다.

메꽃이라고 한다지?

엄청난 색에 엄청난 질감이다.

마치 비로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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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가르쳐 주는 꽃 이름을 신기해하며 외우고 잊어버리고 외우고 잊어버리며

일평생 가장 많은 꽃을 본 봄, 여름이었다.

요즘엔 분꽃이 우리 동네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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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를 이기고 새싹 같았던 맨드라미도 모양을 갖추고 있다.

대추도 열매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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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 8월 16일 현재 신규 확진자가 279명이다.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