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는 광고 카피처럼 ‘실용’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쉽게 즐기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차분하게 앉아서 책읽기가 어렵다. 그래서 바보상자를 열심히 보면서 바보가 되어가지만 내게는 참 똑똑한 상자로 보이니 바보는 바보인가 보다. 6월 독서모임에서 읽은 『탈무드』는 우리 집에 있는 책이라서 읽으려고 했는데 아직 못 찾았다. 물건을 어딘가에 잘 두었다는 것까지는 생각이 난다. 그런데 물건을 둔 장소가 기억이 안 나서 찾고 찾다가 혈압만 상승할 때가  종종있다. 책을 못 찾아서 6월 독서모임은 패스. 

   7월의 책 정재찬의『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을 도서관에서 이제서야 빌려다가 주마간산으로 훑어보았다.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쉽게 잘 썼다. 긴 세월동안 어렵고 잘 읽히지 않는 책들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나도 그런 책을 세상에 내놓아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는 자괴감이 잠시 들었다.

  이 책 <2장 돌봄-엄마가 딸에게, 딸이 엄마에게>에 언급된 양희은과 김세정이 부른 노래를 2년 전 처음 듣고 많이 울었다. 그리고 지인에게도 이 노래 동영상을 보내주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한 번 들어볼까?

 

https://www.youtube.com/embed/D7WO9sYT96A

 

이기적인 큰 딸 때문에 속상하실 때면 시집가서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고 하셨는데 우리 엄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난 아직도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철없는 미성숙한 인간으로 살고 있어 엄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나보다.  마지막 <7장 소유-메멘토모리, 카르페디움>에서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리고 ‘현재를 즐기라’는 너무도 당연한 명제가 왜 그리 실천하기는 어려운지....

 

 심신이 지친 어느 날 대전의 한 골목길에 있던 아담한 책방이 정겹게 내게 들어와 잠시 쉬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2~3명만 서 있어도 실내가 꽉 차서 서로 비켜가기 어려운 이 작은 책방에서 나를 사로잡은 책이 사노 요코의 수필집『사는 게 뭐라고』였다.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사서 읽은 후 도서관에서 이 작가의 책을 여러 권 빌려다가 읽었다. 맨 마지막에 읽은 책이 『죽는 게 뭐라고』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숨기고 싶은 자신의 일상과 은밀한 내면을 적나라하고 대담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솔직함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암투병을 하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진정한 ‘카르페디움’을 실천한 이 작가가 존경스럽다.

 

 <7장 소유-메멘토모리, 카르페디움>을 읽고 떠올린 음악은 리사 제라드가 부른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마지막 장면에 나왔던 OST ‘Now we are free’ 이다.  어떤 특정 언어가 아닌 리사 제라드 자신의 언어로 부르는 이 노래에서 나는 메멘토모리와 카르페디움 그 너머의 진정한 자유를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리사 제라드가 부른 Now we are free’

https://www.youtube.com/embed/o2ZiIPEorP0


 

긴 장마가 몰고 온 물폭탄이 세상을 물바다로 만들 기세다. 또 태풍이 비구름을 몰고 온다니 이미 홍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어찌 하라고 그러는지 하늘도 무심하시지. 계속 비가 내리면서 우리 집 방부목에 주황색 꽃이 피었다. 고목에 꽃 핀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방부목에 꽃이 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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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 꽃은 주황혀버섯이다. 파충류가 혀를 날름거리는 모양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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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 지고 물바다를 이루어도 어김없이 계절에 맞추어 세상은 돌아가네.

며칠 전에는 어린 베짱이가 우리 집에 방문했다.

이제 베짱이처럼 배짱 좋게 나무그늘에서 노래부르며 놀아도  뭐라할 사람도 없는데

노래도 못부르고 노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삶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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