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위에 장식용으로 놓아두었던 새집에 새들이 둥지를 틀 때가 있다. 작년 이맘때에는 곤줄박이(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크기는 참새만하다)부부가 이 장식용 새집에 알을 낳고 부화한 새끼들에게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주는 풍경을 발견했다. 곤줄박이는 일생동안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일부일처제 종이라고 한다. 작지만 지조 있는 새이다. 이 새들의 포육과정을 그냥 바라만 보았지 사진을 찍을 생각은 못했다. 그래서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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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올봄 새집에 주렁주렁 걸린 거미줄을 치우고 새집 안에 해묵은 둥지도 말끔히 청소하면서 새들이 다시 둥지 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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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청소를 하고 다시 담장 위에 올려놓은 새집>


 

                둥지 안에 소재를 보니 흥미롭게도 대부분 개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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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들이 보금자리를 구축하기 위해 뜰에서 우리 똥개들의 털을 열심히 입으로 물어 나르던 모습을 자주 목격하긴 했다. 버려진 쓰레기를 재활용해주는 센스가 참 기특하다. 우리 똥개들이 새들의 보금자리에 포근하고 따듯한 털을 제공해 주었지만 새들에게 큰 재앙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먼저 곤줄박이 부부의 이야기부터 해보자.

  작년 나는 곤줄박이 부부의 포육을 유심히 관찰했다. 품었던 알이 부화된 후에 한 보름동안 부모 새는 부지런히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새끼들이 싼 배설물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인기척을 느끼면 혹시라도 새끼들에게 위협이 될까 멀리서 배회하며 경계 음을 내고기도 했다. 얼마 후에 마침내 새끼들의 이소 준비가 시작됐다. 부모 새는 더 이상 먹이를 날라다 주지 않고 먹이를 둥지 밖에서 물고 새끼들이 밖으로 나오도록 유인한다. 어린 새들의 걸음마 같은 불안한 비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개 저녁 무렵이나 어두워지면 둥지 근처에서 먹이를 물고 온 어미 새(아비 새인가?)가 새끼들을 유인하면 배고픈 새끼들은 어설픈 비행을 시작한다. 바로 아래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가 불안하게 뒤뚱거리며 지상으로 내려와 아장아장 걷고 날갯짓을 시도했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때로 부부는 새끼들이 공격을 받을까 노심초사했다. 혹 사람이 다가서면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부상을 입은 것처럼 다리를 절뚝거리거나 날개를 다친 시늉을 하고 요란한 소리로 울부짖으며 인간의 관심을 자신들에게 돌렸다. 새끼가 아닌 나를 잡으라는 절박한 몸짓으로 부모 새들은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했다. 새끼들은 새집에서 멀리 가지 못하고 다시 둥지로 돌아오기를 며칠 반복하다가 마침내 이소를 했다.

  그런데 새끼들이 이소 준비를 하던 이 시기에 참사가 벌어졌다. 우리 똥개들이 새집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였지만 어느 날 눈 깜작할 사이에 똥개 중에 유독 새 사냥을 즐기는 놈이 어린 새 한 마리를 물어죽이고 말았다. 심하게 혼냈지만 무슨 소용이 있나? 개는 개인 걸. 어느 날은 심지어 참새를 잡아다가 이불 속에 숨겨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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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동영상은 어린 도요새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비행을 하는 과정과 자식의 독립을 응원하는  어미 새의 교육을 잘 표현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89회 아카데미 단편만화영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https://www.youtube.com/embed/FyReZk90Pfc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부끄럽게도 나는 제때에 독립을 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부모에게 질척거리며 살았다. 새삼 돌아가신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6월이다. 1950년 6월 25일 내 어머니는 만삭이셨고 보름정도 지나서 해산을 하셨다. 피난도 못간 채 만삭의 몸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항아리만한 폭탄을 피한다고 지게 밑에 숨었다는 일화를 말씀하시며 웃으시던 어머니가 그립고, 6.25동난 중에 전선에서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셨던 내 아버지가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