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철희 어머니

 

종례 시간이었다. 철희가 수업료를 잃어버렸다 한다. 당시에는 수업료를 은행에 내는 것도 아니고, 학교 서무실(지금은 행정실이라 부른다)에 학생이나 부모가 직접 내야 했다. 지금과 달리 중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라서 일 년에 4번 소정의 수업료를 내야 했다. 많지 않다면 많지 않은 금액이라 할 수도 있지만 어려운 가정 살림에서는 그것도 부담이 되어 제때 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면 서무실에서 담임에게 명단을 넘기며 납부 재촉을 하라고 채근하기도 한다. 학교 운영을 해야 하니 이해는 가지만, 담임 입장에서는 참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수업료를 바로 내는 것을 깜빡 잊고 책상 서랍에 잠시 넣어두었다가 분실했는가 보다. 아마도 누군가 가져갔겠지만, 찾을 수가 없다. 혹시? 하고 심증이 가는 인물도 있지만 경찰도 아닌 교사가 게다가 어린 학생들을 무작정 심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각자 서랍 속이나 책가방 등 주변을 좀 찾아보라 했지만 나올 리 없다. 담임으로서 매우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지난 여름방학 중의 일이다. 학급별로 하루씩 학교에 나와 학교 내외 청소 봉사도 하고 두 시간 정도 도서관의 책을 가져다 읽는 날이 정해져 있다. 우리 반 차례였다. 3분의 2 정도의 학생들이 나와 청소 봉사도 하고 교실에서 책을 읽었다. 12시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 책을 모았는데 한 권이 부족하다. 엄포를 놓았다.

- 책 한 권, 마저 찾아올 때까지 집에 못 간다.

한 아이가 쪼르르 어디론가 가더니 책을 가져온다.

순간 숨겨두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모두 하교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아이가 공교롭게도 수업료를 잃어버린 아이의 짝이었다. 잠시 의심하는 마음을 품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의심하는 마음을 품은 것만으로도 어쩌면 나는 그 아이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도난 사고는 나로서 제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다음 날 수업료를 잃어버린 아이의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왔다. 항의하러 오셨는가 싶어 잠깐 긴장하기도 했는데,

- 우리 아이가 수업료를 잃어버렸다는데 사실인가 싶어 왔습니다. 혹시라도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제가 일을 다니느라 아들을 잘 보살피지 못해서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다른 일에 쓰고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정말 염려가 되어서요.

- 아닙니다. 절대 그런 아이는 아닙니다. 잃어버린 것은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어머니는 구로 공단에서 일을 하느라 바쁜데도 출근을 미루고 학교에 들러 아들에 관해 묻고, 수업료를 납부하고 돌아갔다. 평생 잊히지 않는 훌륭한 어머니셨다. 아마도 철희는 잘 성장하여 훌륭한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