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꽃찌가  왜 꽃찌라는 별명을 갖게 됐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느 날 그녀가 꽃찌라고 불리었다는 말을 들은 후 내내 귓가에 맴돌아 가끔 나도 꽃찌라 부른다.

 내가 꽃찌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나

그냥 그 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꽃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말과 생각 행동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누구인지 다들 알 수 있으려나?

 그녀가 들려 준 수 많은 말들 중 근래에 자꾸 떠오르는 이야기는 지리산 종주 때 있었던 일이다.

방학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지리산을 찾는 그녀는 작년인가도 어김없이 길을 나섰단다.

그런데 그만 일행 중 한 명이 탈이 나고 말았단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일행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단다. 내려 갈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일행들과 산장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둘이서 아주 천천히 (그녀들로서는 최선을 다한 속도였겠으나) 산길을 걷고 또 걸으며

밤 아홉시 반이 넘어 겨우 산장에 도착했단다.

산중의 밤 아홉시 반이 되기까지 그들은 모두 얼마나 긴 마음 조림과 염려와 근심 걱정 갈망 고통 속에 있었을까?

그런데 바로 그날 그들은 모두 아주 끈끈한 동료애와 존경심을 갖게 되었단다.

아픈 당사자는 무릎을 끌 정도로 고통이 심했을터인데 그 곳에 도착하기까지

아프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않고 그 긴 시간동안 일상적일 이야기들을 하며 나아갔다고 한다.

'아프다, 미안하다' 라는 말을 했더라면 동행하는 내내 얼마나 불편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 순간  

왜 그리 맘 속으로 눈물이 나던지...

지리산 산채의 거대함 만큼이나 동반자들과 내친구 꽃찌가 대단하게 생각됐다.

아, 인간의 위대함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

내친구 꽃찌야, 이번 지리산 종주도 아무 탈없이 잘 다녀오거라!

 

요즘 친구들과 함께했던 여행의 후유증에 푹 빠져 잠시 고마움에 간만에 올려본다.

친구들아, 모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