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한 학기 동안이었다.

수업 한 시간 한 시간 모두 생각난다.

너무나 훌륭한 수업이었고, 커다란 각성의 계기가 된 수업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준비된 성실한 수업이었다.

수업은 무척 재미있어서 모두들 함께 웃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건 선생님 특유의 여유로운 표현 때문이지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한 번도 허튼 소리가 없었고, 결강도 없었고 시간도 늘 꽉 채웠다.

수업을 듣는 내내 나는 너무 고양되었고 마음을 가라 앉히기가 어려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심장이 뛰었다.

나에게는 지나친 홍복이었다.

 

선생님께 선물을 하나 받은 적이 있다.

기말에 레포트 숙제를 하나 내 주셨는데 선생님의 글 중에 주제를 하나 골라서

쓰는 것이었다.

항상 그렇지만 선생님 수업에는 100여명의 학생과 150명 정도의 청강생이 참가한다.

청강생도 수업은 물론 숙제며 마지막 뒤풀이인 작은 음악회에 참가한다.

선생님은 숙제를 내 주시며 이 중에서 다섯 명만 단상에서 발표를 하라고 하셨다.

부끄럽기 짝이 없고 두렵기까지 한 그 발표를 하겠다고 내가 손을 들은 이유는

어떻게든지 선생님 수업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벌벌 떨며 나중에는 머리가 하얘진 채로 끝낸 그 발표 후

선생님은  손수 쓰고 그리신 선물을 다섯 명에게 주셨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 그림은 곱게 표구해서 문 바로 앞에 걸어 놓았다.

 

시대의 큰 스승이셨다.

혹독한 시절을 지내셨으면서도 참으로 곱고 맑은 모습을 유지하셨다.

마치 삭히고 삭히고 삭아 나중에는 오히려 맑은 물이 된....

 

선생님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던 젊은 날.

난 책을 주로 누워서 보는 편인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읽었다.

 

 

한 시대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신 선생님,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지만 책으로 남아 위로를 주시는 선생님,

부디 평안하시기를.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삼가 커다란 가마였던 신영복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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