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레임과 흥분이 살며시 잦아들 무렵 영희가 올린 사진을 보며

다시 오키나와의 여행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된단다.

지구 북반구에 몰아친 폭설과 한파로 몸과 마음이 위축될 법도 한데

난 아직도 우리의 40주년 오키나와 여행의 여운으로 추운 줄 모르고 지낸단다.

어젠 오키나와에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우린 얼마나 행운의 여인들이니^^

가는 날부터 도착할 때까지 날씨로 인해 일정이 발목 잡히진 않았으니까

알맞은 햇빛과 때론 세차지만 차갑지 않은 바람으로 먼 이국땅에 온 걸

실감할 수 있었잖니.

 

이번 여행은 가까운 친구들이 많이 같이 간다 생각해서인지 정말 준비 없이

편하게 떠난 여행이었어.

날씨가 따뜻하리란 짐작으로 트렁크에 넣었던 두꺼운 옷을 빼놓고

반바지와 티셔츠 가져온 것을 후회도 했으니까.

공항에서의 반가운 첫 만남과 셀카봉 놀이, 출출하던 차에 먹던 따끈한 떡.

 

오키나와의 나하 공항.

맑은 날씨와 아열대 가로수의 이국적인 정취로 먼~낯선 곳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게 되었지.

공항을 나서자마자 우리를 반기던 분홍색, 다홍색의 부겐빌리아.

빨강 노랑 주황 등의 강렬한 색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하이비스커스

(우리에겐 하와이 무궁화로도 불리며 우리나라의 무궁화, 제주 부용도 사촌지간이라네)

이 꽃들은 여행 내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친숙한 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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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방문지 후쿠슈엔이란 중국식 정원엔 정말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돈나무(금전수)이타지이(구실밤 잣나무)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어.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보다 엄청 커서 긴가민가 무척 궁금하여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찾아 보아 알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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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파인애플 공원에선 다양한 파인애플 종류에 놀랐고, 길 양옆으로 늘어선

밤톨만한 파인애플은 어찌나 귀엽던지 나도 모르게 손이 가더라고.

그 곳엔 히카게헤고란 1억 년 전부터 살아온 고사리 과의 화석나무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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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좌모 가던 길에 간간이 피어난 벚꽃은 우리가 생각하는 소박한 연분홍이 아니라

차라리 도발적인 진분홍이었어. 우리나라의 홍매화 같은 느낌이랄까.

 

슈리성 류큐 석회암으로 만든 성벽에 마삭줄 같은 작은 덩굴 식물의 잎으로

빼곡히 덮힌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어. 새끼 손톱만한 잎사귀가 어찌나

반짝이고  야무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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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회가 된다면 오키나와 북쪽에 숲과 난을 테마로 한 습지공원 비오스노오카

곳과 히카게헤고 과의 원생림을 이용한 아열대 식물원 얀바루 아열대원을 가서

걸어보고 싶어.

 

 

 비오스노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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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고 짤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과 널찍하고 깨끗한 숙소가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옥천동굴 천연수로 만든 니헤데비루맛은 정말 일품이었어. 맥주 맛도

모르는 내가 마셔도 술술 넘어가는 부드러운 맛이었지.

모든 것에 마음이 관대해 진 것은 외적인 조건보다 친구들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

때문이 아니었을까?

 

무알콜 맥주를 먹고도 취할 수 있었던 분위기.

웃고 떠들며 어찌나 즐거워했는지 너무 시끄럽다고 주변에서 항의를 할까봐

숨죽여 웃던 일.

조근 조근 상냥하게 모든 친구들의 형편을 살펴 불러주는 은혜 회장님의 부름에

응답하던 3분 스피치 시간.

좋은 일엔 내 일처럼 반갑고 뿌듯하고, 힘들었던 이야기엔 안타깝고 짠한 마음에

잠자리에서도 생각나 쉽게 잠들지 못했던 시간이었지.

이런 시간들이 우리를 3~40년이란 세월을 뛰어 넘어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했어.

 

은혜 회장님과 인순 총무님의 열과 성에 감격하고, 승혜, 순복, 영희의 멋진 사진과

우리의 눈높이에서 핵심만 짚어주는 정인이의 역사 강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참 잘 살아온 친구들아 고맙다. 오래오래 재미있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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