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녀와 나는 그렇게까지 죽고 못 사는 정도로 친밀한 친구 사이는 아니었다.

종종 옆자리의 짝을 했으니 물리적 거리는 가까왔지만, 어쩌면 나는 완벽한 모범생이었던 그녀를 경외감 가득한 시선으로 멀리서 바라보는 친구였을 것 같다.

그녀는 하얀 얼굴에 항시 미소를 띄우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신한 몸가짐에 빈틈이 없었다.

아무리 돌이켜 봐도 그녀가 얼굴을 찌푸리거나 한숨을 쉬거나 불평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말수는 많지 않은 편이었지만 자기 의견을 뚜렷이 표명하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적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녀의 목소리는 낮은 앨토의 톤이어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일찌기 수학 공부를 포기한 나를 불쌍히 여기면서 그녀는 어느 때나 어느 과목이나 숙제를 안 해 오는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나처럼 공부 시간에 머리를 꾸벅거리고 있다는 것은 그녀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없는 모범생, 그러나 그녀는 조금이라도 함부로 나대거나 잘난 척을 하거나 자기의 성실함을 남 앞에 드러내려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냥 조용하고 맑게 흘러가는 청명한 시냇물 같았다.

그녀의 맑은 모습에 항시 경탄하면서도, 나는 사실 그녀와 가까이 앉아 있던 그 시절에도 나의 마음을 한 번도 그녀에게 표현해 본 적이 없었다.

이 동창회 홈피를 처음 대한 지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나는 그녀의 근황이 궁금해져간다.

많은 친구들이 게시판의 사진에 새로이 등장하고 카톡의 그룹채팅에도 올라오지만, 나의 관찰력이 부족해서인가 아직 나는 그녀의 얼굴을 찾지 못했다. 홈피의 지나간 사진들도 뒤져 봤지만 어쩌면 그녀는 한번도 이 페이지에 들어와 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얌전하고 성실하고 모범적인 그러면서도 조용했던 그 친구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나처럼 어떤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건지? 삶의 여러가지 일들에 헌신하느라고 홈피를 열어 볼 여지가 없는 건지? 그녀를 초청해 준 동창 친구가 하나도 없었던 건지? 아니면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해외에 살고 있는 까닭에 아주 가까이에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그녀에 대한 소식을 나 혼자만 못 듣고 있는 건지도?

누군가 이 친구의 근황을 알고 있다면 나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으면 고맙겠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이 친구의 이름은 박애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