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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인천에 갈 일이 있었는데 어느 친구가

- 이 사람 너네 동창이지? -

하며 책을 주었다.

책을 여러 권 낸 것 같더라는 말을 덧붙이며.


제목은 <공갈빵>, 지은이는 최임순.

6년을 같이 하면서도 말 한 마디 해 본 적 없는 친구지만,

그의 총명함과 성실성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응, 우리 동창이야, 참 공부 잘 하고 말이 없던 아이였는데.

오래 전에 신춘문예로 등단했단 말을 들었어-


반가워서 곧 읽어보았다.

사진을 곁들인 에세이집이다.

사진도 훌륭하고, 글도 그렇다.


그의 책 서문을 옮겨본다.

읽으라고 낸 책이니 허락을 받지 않고 옮겨도 되겠지?

책 출간이 처음이 아닌 것 같으니 그 또한 장하고 훌륭하다.

기쁜 마음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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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 나의 공간


한 해 전 오래 근무하던 직장에서 나왔다.

그만 둘 생각이 없었는데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이 명퇴를 권했다.

나는 시작도 안 한 것 같은데 벌써 그만 두라고? 내 나이가 내 나이가 아닌 줄 알았다.

인생을 제대로 살아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저물어가는 거야?

이제 그만 내려가야 한다고?


나는 바삐 그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해야 했다.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그제야 왜 진작 그만 둘 생각을 못했는지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매우 놀랐다.

내 인생이 마냥 이어지는 줄 알았다.


직장을 떠나며 언젠가는 무대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떠남에 대해 비로소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산다는 것은 시간와 공간 위에서 펼쳐지는 것이고, 떠난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떠나는 것이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반면 공간은 눈에 보인다.

새삼스럽게 내 삶의 무대가 되어준 공간에 집중했다.

직장을 떠나듯 나의 공간을 떠나야 할 날이 올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나의 시간을 품어준 나만의 공간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뷰파인더로 보는 공간은 눈으로 보는 공간보다 짙고 깊었다.

그 공간에서 보낸 시간들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그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아홉 번째 이야기까지를 썼다.

아직 쓰지 못한 열 번째 이야기, 열한 번째 이야기, 그 다음 이야기들이 나를 기다린다.


소래포구와 영흥도와 문학산과 장수동에서 보낸 수많은 시간을 지금, 여기로 불러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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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이의 글을 읽다 보니 내 살던 송림동 골목 골목이 생각나고, 미루나무며, 기와집들이며

다 생각났다.

그 골목이 없어지기 전에 사진을 찍어 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훌륭하다 임순아~

자전거를 탄다는 임순이.

그 또한 멋지다!


책       : 공갈빵

출판사 : 사진공간 배다리


<이 '당신에게' 시리즈는 마음만만 연구소가 기획, 교육하고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독립출판물 형태로 발간하는 손바닥 사진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