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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병신년생인 우리들에게 있어서 매우 특별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성껏 잘 차려입고 고향에서 모여 파티를 하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옛날 같으면 상노인 행세를 했을 나이에 다들 새색시처럼 놀았다. 

웨딩 카페트 위를 부케 들고 걸으며 예쁜 포즈도 잡았고

친구들이 있어서 마냥  즐겁게 하하하 호호호 웃었다.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었다.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정말 즐거워졌다.


이 나이를 거저먹은 건 아니었다.

60년 세월이 결코 짧은 것이 아님을 지나와 보니 알겠다.

이러저러한 모양의 산을 넘었고,

소용돌이치는 물도 건넜다.

몸이 아프기도 했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기도 했고,

자식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기도 했다.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벗기 위해 발버둥 치던 세월도 있었고,

사람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으로 잠 못 이룬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살아 남았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

우리는 말로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냥 바라보며 웃었다.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든,

지난 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음을 깨우쳤기 때문인가 보다.


이번 행사는 일찌감치 서둘러서 준비를 시작했다.

신년회 끝난 직후에 파라다이스 호텔을 예약해 놓고

담당자인 윤세진  과장과 지속적으로 상의하며

멋진 행사장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애쎴다.

고향에서 동창들이 모여서 환갑 잔치를 하는 것이니 만큼

모두들 흡족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구체적인 행사 계획은 무더위가 절정이던 여름날에 세웠다.

경복궁 근처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각자의 역할을 나누었다.

부케 들고 행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사진촬영을 마련하는 건 한의순.

우리가 들 부케를 만드는 건 박은화.

지난 1년을 회고할 동영상을 제작하는 건 전순복.

왜관 수도원에서 온 카드에 축복을 담아 전달하는 건 이정원.

친구들에게 입힐 의상과 메이크업을 도와주고 조달하는 건 강신영, 김안나.

당일에 줄 선물 준비 및 전반적인 진행은 윤영혜와 곽경래.

홈피에 광고하고 사진 올리는 건 임옥규.

친구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행사를 총괄하는 건 김춘선.

이렇게 일을 나누어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였다.


이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졸업 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동창회에 나온 친구도 있었고,

큰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고는 행사장으로 곧장 온 친구도 있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저리도록 반갑고 흐뭇했다.

우리에게 오래 기억될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보다 더 귀한 일이 없는 것 같다.

노년의 가장 무서운 적은 외로움이라고 하지 않던가 ~


암튼 우리들의 세번 째 스무살(?) 송년 파티는 무사히 잘 끝났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병신년>과 아름다운 작별을 한 셈이다.

혹시 120살을 살아서 다시 볼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협조해 준 모든 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기념 사진을 정성껏 찍어주신 사진기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친구들 모습을 아름답게 잘 찍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정말 귀한 추억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라다이스 호텔의 윤과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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