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로 독서모임을 한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야.

줌으로 할 때 40분이 지나면 이야기 중에도 딱 화면이 멈춰 서둘러 다시 재 입장을 해야 했잖아.

이번엔 시간에 대한 걱정 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참 좋았다.

 

이번엔 읽은 책은 <자아의 구도>


우리들이 공감했던 가장 큰 부분은 책이 번역이 잘 되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야.

 

번역가는 김경식이란 분으로 경제학을 전공하여 오랫동안 은행에서 일을 하셨다는데 문학에 조예가 있으셨나봐. 50대에 허리를 앓게 되면서 아내 권유로 우연히 번역을 공부하게 되었고 첫 번역작으로 미우라 아야코의 자아의 구도를 내게 되었다는데 인생 이모작을 멋지게 성공하셨네.

그 아내가 우리 동기인 김인숙이라는 점에 더 응원을 하게 된다.(현명한 아내는 인생의 기쁨)

 

예전 고등학교 때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밤새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이 궁금해 책을 덮고 잘 수가 없었어. 양치는 언덕도 그 무렵에 읽었을 거야

그러다 이 작가를 잊고 살았는데 인숙이 추천으로 40여 년 만에 다시 이 분의 글을 읽게 되었구나.

 

<자아의 구도>1972년도에 쓰여 진 작품이야.

소설은 후지시마와 신이치로가 함께 떠난 여행에서 후지시마가 실족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한 때 무척 친했던 이들의 관계는 두 사람이 함께 출품한 지역미술전에 신이치로의 작품이 대상을 받고 후지시마의 작품은 떨어지면서 어긋나기 시작해. 후지시마는 미술교사이고 신이치로는 후지시마에게 그림을 배운 국어교사거든.

<푸른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라는 이 작품은 후지시마의 제안으로 그의 아내 미에코를 모델로 그린 그림인데 신이치로는 미에코를 흠모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승화하여 뛰어난 초상화를 완성하지.

이 세 사람과 함께 신이치로의 아내 유키와 조카 마사코, 스승 소류등의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이미 70년대를 지나 2020년대를 살면서 어느덧 60대의 나이에 들어선 우리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의 감정과 갈등에 공감하기가 어렵더라.

 

많은 친구들이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대.

고민의 현실성도 떨어지고, 일본인 특유의 정서가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답이 될 수 없다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아내와 친구에게 덫을 놓는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기도 했어. 특히 마지막에 신이치로의 아내 유키가 딸과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가족동반 자살을 떠올리게 하면서 부모가 자식의 생명을 함부로 결정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안타까워했지.

 

요즘 사무엘서를 읽고 있던 한 친구는 후지시마와 신이치로에게서 사울과 다윗의 관계가 대비되어 생각되더래.

사울이 자신보다 뛰어난 다윗에게 질투와 시기하는 감정과 더불어 자기 자리를 그가 대신할 것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다윗을 죽이려 하잖아.

미에 대한 남다른 자부를 지닌 후지시마가 그림에 천재성을 보이는 신이치로에게 느꼈을 질투와 열등감을 생각하다보니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에게 느꼈던 감정이 떠오르더라.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게 어디 쉬운가?

천재를 이기는 방법이란 책에선 꾸준하게 나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천재를 넘어설 기회가 온다고도 하던데 자신을 이겨내는 것은 더 어렵지.

 

그럼에도 인생은 결국 선택이라는 친구의 말은 울림을 갖더라.

사랑, 질투, 소유에 대한 욕망, 이기심 등 인간 본성에 내재된 수많은 요소들의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결국 우리 자아의 구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삶은 작게 보면 하나하나 우연적 요소로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크게 보면 모든 것은 필연이다라는 법륜스님의 말씀을 상기시키며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나를 흔들림 없이 서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자존감이라며 매일 눈뜨는 아침 오늘도 행복하기로 마음을 다잡으니 작은 것들에 감정이 상하는 일이 덜 하고 상대를 오해하는 일도 줄더라는 친구의 말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랑의 유형이 나오잖아.

한꺼번에 두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유키와 자기를 사랑한다면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는 유키를 납득하지 못하는 신이치로.

'두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두 사람에게 사랑이란 결국 좋아한다는 감정에 지나지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육체를 동반하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려면 얼마나 굳센 의지와 이성의 협력이 필요한지 두 사람은 몰랐다. 억제할 수 없을만큼 분방하기까지 한 감정을 사랑의 전부라고 믿고 잇었다. 그것은 무너지기 쉬운 연약한 감정이었다. 뭔가 사건이 벌어지면 바로 증오로 변하는 감정이었다.'

절대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그 아름다움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는 후지시마

윤순이는 숙부를 남몰래 사모하는 마사코의 사랑에 주목하더라. 조용하고 사려깊고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자기 희생적 사랑

한편 후지시마의 스승인 소류는 사랑에 대해 너무 냉소적이란 생각이 들더라.

'인간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야. 인간은 인간을 사랑하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어.'

그러면서 그는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자와 여자의 약속이란 중요한 거다. 결혼은 약속이다.' 라고 하잖아.

그는 또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정의해

'아름다움이란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있는게 아니다.

조화를 이루고 섞여 구별되지 않으며 어떤 하나의 소재가 다른 소재를 밀어내지 않고 서로서로 모두 살려서 하나가 되는 것의 아름다움'

 

친구들은 결국 작가는 스승 소류의 입을 빌려 이야기의 결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

 

누구에게나 인생의 스승이 필요하다며 우리에겐 어떤 스승이 있는지 또 우리가 누군가의 스승이 되어주고 있는지에 대한 돌아봄의 시간도 가졌어.

 

난 친구들이 내 스승 같아. 이 책을 읽을 때보다 읽은 것에 대한 나눔이 더 가슴에 와 닿더라.

 

경애가 엄마에게 갔다가 속이 상한 이유를 말해줬어.

경애 아버지가 군인이셨기에 연금이 나오거든

어머니가 연금을 모아 자식들에게 주기 위해 더 살아야겠다고 하시더래. 자식들도 다 자리 잡고 사는데 여전히 자식 걱정에 자신에게 쓰는 것은 뭐든 아끼고 자식에게 한 푼이라도 더 남겨 주려는 어머니를 보면서 왜 안타깝지 않겠어? 나는 그냥 헐~~~했는데 의순이는 그러더라.

그걸 오히려 감사해라. 어머니가 살아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있으시잖아. 엄마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런 엄마의 의지를 키워드리라고.

 

나에게 삶의 한 면이 아닌 여러 면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이 친구들이 내 스승이다.

 

경애는 사람들이 조용히 살아가는 인간을 걸핏하면 조연으로 여기는 세태에 대한 사례를 들려주었고

인주는 아내란 자신에게 여자가 아니라 그저 일상의 필수품이라 생각하는 신이치로에게 분노했어.

 

갑상선 수술한 인숙아, 여전히 무릎이 아파 고생하는 인주야 빨리 나아라!!!

 

다음 달 읽을 책은 4월과 5월을 미리 소개할게

 

고전을 읽자는 친구들의 의견이 있었어.

그래서 4월은 박지원선생님의 열하일기를 읽기로 했단다.

열하일기가 여러 종류인데 처음 읽는 사람은 고미숙이 쓴 열하일기 두 권도 괜찮아.

이건 순수 열하일기가 아니라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주제별로 편집한거야.

작가의 해설이 들어가니 이해가 쉬울 수 있어.

그 것 말고 순수하게 열하일기를 번역한 것도 있어

열하일기가 워낙 두꺼워 보통 2권내지 3권으로 되어 있어. 아무거나 본인 취향대로 읽어도 될 것 같아.

 

5월엔 신경숙이 쓴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기로 하자.

이 책이 최근 신작이라 도서관에 없을 수도 있어 신청하면 걸리는 시간 감안하여 5월에 읽기로 한거야. 옥규가 추천한 책인데 마음이 찡하더라구.....

도서관에 없으면 미리 신청해. 몇 주 걸리거든.


치매 예방에 글 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짬 나는대로 걷고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