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아름다운 친구들아.
여고시절 예전 같이 곱디 고운 친구들아.
가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세월은 흐르고 흘러 또 다시  가을이 와도  
지금도 그렇게 아름다운 친구들아.

인일동산에 오르던 생각만해도  
한없이 꿈많던 소녀시절로 돌아간다.
가을날 아침,  
동인천역을 지나  인천여고 돌담길을 따라 오르노라면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맞았지.  

발 밑에 소복히 쌓인 은행잎을 사뿐 사뿐 밟고  
그 감촉을 느끼며 즐거워하고
노란 은행잎을 주워    
누군가에게  시와 함께 보내고 싶었던    
그 가슴 설레이던 여고시절로 돌아간다.  

문득 오빠와 함께 소래를 지나 아빠가 일하시던 군자에서
소금열차도 타고 수문에서 망둥이도 잡고  
누군가네 집 앞에서 옥수수 구워 먹고  
큰 호박도 따 가슴에 안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산을 넘어 해프문 베이로 달려간다.    

오렌지빛 붉은 호박을 가슴에 안고 애들처럼 뒹글어 본다.  
흰 파도 밀려오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앉아  포즈도 취해본다.  

저 바다 너머에는  아름다운 내 추억들이 있지.
저 수평선 너머에는 그리운 내 친구들이 있지.  
소리내어 친구들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본다.
소리쳐 파도에 실려  그리워하는 내 마음 실려 보낸다.

친구들아, 아름다운 친구들아.
예전같이 곱디 고운 친구들아.




                                            10월 24일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숙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