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는 내게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8 1월 1일 자로 우린 백수가 되었다.
12년을 꾸려온 서점을 마침 인수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넘긴 것이다.
백수가 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엄마를 모셔온 것이었다.
나는 위로 언니가 있고 밑으로 남동생을 본 둘째 딸이다.
그래서 젊은 날 엄마는 언니의 엄마고 남동생의 엄마였지 내 엄마가 아니었다.
그 엄마가 고관절이 부러져 거동을 못하게 되고서야 비로서 내 차지가 되었다.
그런 엄마라도 함께 있으니 마음이 무척 편하다.

이쁜이를 잃었다.
이쁜인 무슨 일이든 늘 나와 함께 했었다.
이쁜인 둘째 딸 시집 보내고 허전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강아지다.
내겐 이쁜이가 내 마음을 가장 잘 읽어주는 개가 아닌 딸이었다.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옆집을 잠깐 들여다 보는 사이에
금방 곁에 있던 이쁜이가 보이지 않았다.
이럴 수가.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이틀 동안 미친듯이 찾아다녔다.
사례금을 준다는 전단을 붙이고 나니 누군가가 전화를 했다.
어떤 진돗개가 이쁜이를 물고 가는 것을 보았다고.....
결국 동내를 다 뒤져 고구마 밭속에서 이쁜이를 찾아냈다.
교수마을 떠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아직 시집갈 생각이 없다는 큰 딸 을 독립을 시켰다.
그리고 우린 부부만 남은 주민등록을 남편의 고향 화성시로 옮겼다.
우리 부부의 이름만 적힌 주민등록을 들여다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엄마라도 함께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마음의 공황이 왔다.
일을 접고, 이쁜이를 잃고, 큰 딸을 독립시키고 ,이사를 하고 나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아무 것도 쓸 수가 없었다.
공황 상태가 일 년여 계속되었다.

이제 독하게 그 공황을 빠져나오려는 시도를 해야겠다.
내가 잠수를 타고 있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번개는 치고 있었다.
열심히 문자 날려준 원영희야 고맙다.
궁금하다며 전화를 주었던 친구들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
친구들아! 오늘 너희들을 만나고 돌아오니 내 몸 속에 기가 잔뜩 느껴진다. 
사랑한다!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