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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데이 연휴를 맞아 두 아들을 보러 엘에이에 갔었다.
첫날은 막내랑 함께, 둘째날은 주일이라 교회에서 만나 모두 함께, 그리고 세쨋날은 결혼한 둘째랑 함께 지냈다.

산호세에서 메가버스를 타고 엘에이 유니온 역에서 혼자 살고 있는 막내를 만났다.
“ 먹는 건 잘 먹니? 친구랑 잘 지내고? 일은 힘들지 않어? 차는 고속도로 가다가 섰다며, 괜찮아? 학교 공부는 어떻게 할꺼니?”
“ 엄마, 내 걱정은 말어. 엄마 아빠 회사는 괜찮아? 요새 우리 사무실은 바빠. 월페이먼트를 못내는 사람들에게 독촉장 보내느라 직원들 더 뽑을거야. 요새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가봐.”

저녁을 산다고 레돈도 비치로 향하며 오히려 내 걱정하는 막내의 말에 눈물이 핑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막내는, 일은 많아 좋은데 돈 못내는 불쌍한 사람들이 많아 마음은 안 좋댄다.

다음날 주일엔 애들 다니는 교회에 가 예배를 드렸다. 사돈어른께서 점심 대접 하신다기에 내가 좋아하는 달콤하고 시원한 동치미국수 잘하는 길목식당으로 갔다.

“ 작년 결혼식 때에도 길가에 나뭇잎도 없는 보라색 꽃나무가 여기저기 만발해 한창이었는데 올해도 참 예쁘게 잘 피었네요. 화창한 날씨에 우리들을 축하하고 환영해 주는 것 같아요. 장로님, 혹시 그 꽃나무 이름 아세요? “
사돈 어른께선 난감해 하는 빛으로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안사돈께선 교회 온식구들에게 미역국밥을 대접하고 이제 들어 오신다.

아들회사는 어쩌면 문 닫을 것 같다하고, 졸업하고 이번에 교사 자격증을 딴 며늘아기는 요즘 교육비 삭감으로 들어갈 자리가 없댄다. 변호사인 며늘애 오빠는 이번 8월에 결혼식을 올린단다. 사돈 되시는 오십대의 장로님은 요즘 마음이 복잡하신 것 같다. 교회부흥을 위해서 장로님들은 목사님께서 빨리 은퇴하셨으면 하는데, 70을 바라보시는 목사님은 새 피로 교회를 수혈해야 된다고 말씀하신댄다. 그래서 우리 아들 옷 빨아주시고 밥 사주시며 사랑해 주시던 아직 젊은 장로님은 다른 곳으로 가실 마음이시란다.

나는 사돈 어른이 손수 구워주시는 갈비를 맛있게 먹으며 기껏한다는 말이, 보라색 꽃이 어떻고 주절주절 거렸으니,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 인터넷 속 허 인선배 앞에서 주절주절 거리던 버릇이 사돈어른 앞에서 나오다니. 내가 미쳤지. 미쳤어! “


                                                                                                          5월30일 2008년 
                                                                                                                 San Francisco 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