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주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조카 에릭이가 헌금시간에 얼굴 가득 웃으며 앞에 나와 허리 굽혀 인사한다.  찬양대에까지 연신 인사하는, 장난꾸러기 어린애 같은모습에 모두들 함빡 웃는다.  마이크를 능숙하게 잡아 입에 대고 편곡된 Amazing grace 를 케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른다.
진지하게 찬양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눈을 감고 마음속 깊이 빠져드는듯, 고개들어 위를 바라보며 부르는 영감있는 목소리가 내가슴을 울린다.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 언제 저렇게 컷지?  어렸을 때 그렇게 울더니…정말 대견하네! ”  
지난 아버님 추모예배 때 였지.  애들에게 돌아가면서, 부모님한테 섭섭했던 일 하나씩 말하라하니 에릭이가 먼저 말했지. 교회에서 어떤 일을 맡아 멋지게 하는 걸 엄마 아빠가  다른 교회로 나가, 보지못해 가장 섭섭했다고… 모두 가슴 찡해 눈물을 훔쳤는데 또 한번 그렇게 되었구나.  
예배 후 여러 권사님들께서 감동 받고 은혜로와 눈물도 흘리셨다고  인사를 건네신다.  
에릭이를 사랑하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에릭이가 주님을 사랑하니, 감사합니다.  


2월 26일 (월)

비가 내린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아침 출근 길엔 아롱다롱 하늘에 다리놓은 선명한 무지개를 보았다. 어린애 마냥 가슴이 뛰며 얼마나 기뻐했는지…
길가 담 밖으로 살짝 고개 내민 하얀꽃도, 대롱 대롱 가지 가지에 줄지어 매달린 분홍 꽃봉우리도 나를 기쁘게 한다.  이제 마른 가지에 싹이 트고 파릇 파릇 잎이 돋으면 더욱 내 마음을 즐겁게 하겠지.   이 비가 그치면 신비롭고도 예쁘게, 과즐에 튀긴 쌀 붙듯 가지 가지에 점점이 붙어 있는 꽃구경 가자고 졸라 봐야겠다.
아무리 밤이 깊고 추워도 하나님께서는 어김없이 때가 되면 꽃피우고 싹이 돋게 하신다.  
때에 따라 계절에 따라 힘주시고 기쁨주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2월 27일 (화)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 에릭이 찬양하는 것을 보니 목소리하며, 옛날 너희 아버지 모습하고 똑 같더라.  모두들 공무원 그만두고 가수되라 했었다.”  
지난 번엔 태문이 때문에 온 식구가  어머니 모시고  LA 로 함께 몰려가 축하하고 축복하며 즐거운 시간 가져 기분이 참 좋으셨다.  그 때도 태문이와 선민이는 Amazing grace 를 불렀지. 이번에 또 에릭이가  엄마와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해 주었구나.  
허리 수술하신 후로 지팡이 집는 것도 부끄러워하시며,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지시고  우울하신 것 같았는데 정말 잘 되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엄마를 불쌍히 보시고 기쁨과 위로를 주시나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2월 28일 (수)

어제 해밀턴산 정상에 반짝 반짝 하얗게 빛나는 눈을 보았는데,  오늘 아침엔 빅 베이신쪽 산이 하얗게 덮혔다.  처음보는 광경이다.  
춥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인지, 갑자기 밀려든 일 때문인지 몸이 아프다.  
목이 잠겼다.  약을 먹으면 졸리겠지?  하나님, 저 아파요.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장목사입니다. 평안하셨지요?”  
“ 아니, 웬일이세요?  목사님께서…”  
“ 예에, 운전중에 파란 하늘을 보니 갑자기 집사님 생각이 문득 나서요. 허허허”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있었다.  뜻밖의 기쁨, 감동이 온다.  
멋진 분이시다.   나도 누군가에게 뜻밖의 전화를 해 봐야지.  
하나님께서 피곤한 나에게 힘을 주셨다.  
나를 늘 지켜 보시는 하나님께서…
늘 힘 주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3월1일 (목)  

엄마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에릭이를 칭찬하시는 많은 분들의 전화를 받아 자랑스럽다고…
저도 그랬어요.  진사모님께서 아무 말씀도 없이 제 손을 꼭 잡아주시더라구요.  
오늘 엄마의 밝고 큰 목소리가 힘있어 좋다.  
어제 산 위에 내린 하얀 눈은 햇빛에인지 보슬비에인지 금방 녹아 없어졌다.
엄마는 이제 하얀머리를 염색도 안하신다.  이제 앞으로 까만 엄마의 머리는 볼 수 없게됐다.  살이 빠지면서 주름도 깊어 지시는 것 같다.  
작년에 핀 하양, 분홍꽃은 올해도 예쁘게 다시 피는데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는…
주님,  저의 엄마 마음에 새롭게 늘 힘을 불어 넣어 주세요.  
다리에도, 허리에도 힘을 계속 불어 넣어주세요.  
늘 새로운 힘을 주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3월2일 (금)  

하늘이 맑게 개었다.  
몸이 좋아졌다.  목이 나아야  주일에 찬양할텐데…  
나도 어느 분에게 전화해야지.  뜻밖의 전화에 놀라실거야.  
‘ 아니 웬일이세요?’  그러시겠지?
‘ 파란 하늘을 보니 문득 선배님 생각이 나서요. 호호호’
사랑하는 마음은 전염되어 가겠지?

빨리 회복시켜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3월 2일 2007 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