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을 앞두고 영국에 살고 있는 동생네 식구들이 모국 방문을 했다.
그곳에서 태어난 두 조카들과
그곳에서 친정엄마처럼 가까이 지낸다는 영국 할머니 두분까지 6명.

62세인 두 영국 할머니들은 쌍둥이 자매인데 둘다 결혼 하신 적이 없는 싱글...
한분은 전직 선생님, 한분은 WHO 에서 일하시는 닥터...동생네가 웨일즈에서 공부할 때
한 교회 다니며 친해져서 가족 이상 가까이 지내는 사이라고 모시고 온 것이다.

그 바람에 우리 친정 쪽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숙소를 제공할 남동생네서는 사흘 간 대청소 및 가구 이동(침대 배치..)
한국 궁궐 안내, 박물관, 민속촌, KBS ,한국교회 예배 참석, 설악산 관광 등등
일정과 주제에 맞게 가이드를 돌아가며 담당하고, 명절 음식 준비하고 ...겹치기로 바쁜 시간들..

인천에 오셨을 때는 다른 여동생 내외가 부평에 새로 생긴 넓고 시설 좋은 찜질방으로 안내하여
함께 사우나도 하고, 온도 표시 되어 있는 방마다 드나들며 신기한 경험을 시켜드렸지.
민간 외교관이 따로 없었다.
지금도 WHO 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는 세계 각국 여행을 많이 다니셨는데 한국은 처음이라며
잘 갖추어진 인터넷 등 첨단 시설로 갖추어진 한국의 이모저모에 놀라고,
그럼에도 한편 턱없이 미비된 장애인, 아동보호 시설에 놀라와 했다.
그 중에서 나는 박물관 안내, 울 아들이 출연하는 오케스트라 연주회, 주안장로교회 영어예배 참석,
친정 부모님댁 방문 등을 함께 했는데, 피곤한 중에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특별히 추석 전날 친정엄마랑 할머니들이랑 헤어질 때,
미리 한구석에서 울 엄마께 열심히 영어를 가르쳐드린 결과
우리 엄마는 " 씨유투마.."이렇게 인사하셨는데
할머니들은
"내이만나요" 이러는 게 아닌가.
영어 못하시는 엄마를 배려하여
다른 한구석에서 동생에게 얼른 한국말을 배워서
동시에 사용하신 거였다.
그 모습들이 어찌나 구여운지 우리 모두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그분들은 열심히 한국말 익혀 거의 완벽하게 한국식으로 인사하고
"한국 좋아요."  "김치 무서워요."  "모기 무서워요." 등 나날이 실력이 늘어나고 있다.

추석을 우리와 이런 식으로 뒤엉켜 지낸 그 할머니들은 동생네와 지금 설악산으로 떠나셨다.
워터피아에도 가고, 케이블카로 단풍구경도 할 예정으로....

어젯저녁엔 축구 좋아하는 식구들과 상암경기장에 가서
머릿속 비우고 가나전 축구경기 보고 오는 것을 끝으로
긴 연휴가 다 간 것 같다.

아침부터 냉장고에 잔뜩 있는 남은 음식들 다 어찌 처치하나..
놀다가 와서 축축 늘어지는 녀석들 어찌 꼬셔서 공부하라 해야하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이젠 가장 현실적인 일상으로 돌아 온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