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텔레비젼 드라마의 연기인들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어쩜 저 연기자는 저렇게 눈물을 잘 흘릴까 했지만 연기를 위하여 눈에 안약을 넣는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눈물연기가 쉽지만은 않음 또한 알게 되었다.
억지로라도 울어야 할 때 눈물이 안 나온다는 것이 연기인들로서는 얼마나 괴롭겠는가.

오래 전 나는 어르신을 모시고 초상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곡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것에 익숙치 않아 우물쭈물대고 있자
모두 머리를 방바닥에 조아리고 아이고아이고를 소리내어 구성지게 해대었다.
어쩔 수없이 머리를 조아리고 곡을 하려 하였으나 목구멍에서 소리가 걸려 나오지를 않았다.

어른들 눈치도 보이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있는 힘껏 아이고아이고를 시작했다.
한번 하니 그 다음은 저절로 소리가 나왔다. 그러더니 눈물이 찔끔 나왔다.
기왕 시작한거 잘해보자 하는 마음에 내가 가장 슬펐을 때를 생각하니 찔끔정도가 아니라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곡이라는게 일정시간이 지나자 딱 멈추었으나 너무도 상황에 몰입하여  멈춘지도 모른채
아이고아이고하였고 계속 눈물도 기가막히게 흘렀다.
모두 멈추었는데 나만  너무 열심히 곡을 하자 옆에서 그만하라고 흔들었다.
망자를 위하여 흘린 눈물이 아니라 나를 위하여 흘린 눈물이었던 것같다.

세월이 흘러 나는 40에서 50을 넘은 나이가 되니
눈물 그거........ 자동제조기가 눈물샘에 달려서 완전 전자동이었다.
드라마를 볼라치면 클리넥스 통을 우리 아이들이 옆에다가 가져다 놓는다.
슬픈 장면에서 훌쩍대고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에 쓱쓱 문지르는 모습이 미웠나보다.

떨어지는 꽃잎에도, 내리는 빗줄기에도, 황량한 가을 벌판을 보고서도,음악을 듣다가도
눈물샘은 완전 전자동으로 100% 작동한다.
나더러 눈물연기하는 연기자 하라고 하면 안약없이도 이제는 연기자들보다 더 잘 할 것 같다.

무엇을 말하는가
모든 인간의 감정을 겪으며 산 세월이 우리로(나로)하여금 그리 만들지 않았을까

내 아들 이병장(진급했음)과 같은 계급의 꽃다운 젊음들이 사라져간 기사가 연일 언론을 뒤덮을  때
내용을 보기도 전에 눈물이 흐르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일부러 기사를 보지 않으려해도
컴퓨터던, 신문이던, 텔레비젼 뉴스이던 보는 것마다 똑같은 기사라 매일같이 눈물이 마른 날이 없을 지경이다.

이때는 눈물샘이 오작동을 하여 자동으로 멈춰야 하는데 멈추질 않는다.

어린아이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착취를 하는 기사를 보면 또 눈물이 난다.
저 어린 것들에게, 저 노인네들에게.

옥숙이가 동문한마당 "신지놀이"에 나더러 그랬다,.
너~ 별종인거 아냐고
내가 별종이어서 그런것인지, 남들도 다 그런것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으나
요즘처럼 장대비가 내리는 계절엔 머리 풀어헤치고 맨발에 우산도 없이  촛점 잃은 눈빛으로
내 마음은 이미 저 빗 속으로 들어가 있다,

무조건반사로도 조건반사로도 감정 제어가 어려우니
어쩌란 말이냐 .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꼭 슬프지 않아도
빗물이 눈물되어 흐르지 않아도
내 눈엔 눈물이 언제든 뚝뚝 떨어진다.
난 참 많이 산거 같다.

에이, 나........... 탈렌트 안 시켜 주나............... (x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