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쯤으로 기억이 된다
    백화점에서 이월상품을 좌판대에 쌓아두고 골라골라~ 할 때
    거위털 스키 방한복 꽃무늬의 점퍼를 골랐다.
    이월 상품이라 구색이 맞지 않았지만 이리저리 사람들 틈에 끼어 한개를 골랐다.

    방한이 너무 잘되어 안에 반팔을 입고 점퍼를 입어도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았으나
    털의 양이 많아  좀 둔한 듯 불편하기도 하였다

    색이 스키장에서는 괜찮겠지만 평상시 입기에는 좀 튀는 느낌이 들었고
    이월상품이라 다양하지 못해도 골라골라~ 하는 맛에 샀던지라
    단벌 방한복으로 기분 좋게 입고 다녔다.

    헌데
    나와 똑같은 꽃무늬의 그 점퍼를 입은 여자를 길에서 만났다.
    그것도 같은 아파트 내가 사는 동의 마당으로 아침 저녁으로 지나가는 여자였다.
    사람 심리가 묘한 것이 그 때부터 그 점퍼를 입기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잠깐 수퍼를 가기 위해 입고 나가다가 마당에서 꽃무늬 점퍼의 그녀를 마주치면
    서로 지나치는 그 순간이 불과 1-2초였지만 에잉~하는 느낌은 뒤통수로 길게 달라붙어 따라다녔다.

    왜 하필 그녀는 나랑 똑같은 색깔을 골랐을까..
    입을 때마다 그녀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 꽃무늬 점퍼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면서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색이 남자도 입을 수있는 회색이라거나 검은색이었으면 다른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입어도 되지만
    옷장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꽃무늬 점퍼를 입지않는 옷으로 분류해서
    헌 옷 모으는 곳으로 보낼까 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홀대 받던 꽃무늬 점퍼가 10 년 만에 그 빛을 발하였으니
    이 번 디카모에서 찍힌 사진 색이 너무 곱다고 여기저기 인삿말을 들었다.
    어쩌구 어쩌구,,,그게 골라골라! 에서 산건데 침튀기며 설명을 한 후
    나도 궁금하여 점퍼 안에 상표를 들여다 보니
    1993년 9월도 제조일이 찍힌 상표는 거의 누렇게 변색되어 10 년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랑 꼭같은 꽃무늬 점퍼의 아줌마는 이사를 갔는지 최근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10 여년을 더 입을 수도 있을 것같은 꽃무늬 점퍼....
    다음 번 나들이 때도 입고 나가보올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을 쥐가 듣는다 했는데
    혹시 그 꽃무늬 점퍼의 다른 아줌마가
    인일동문으로서 14회였으면? 3회? 6회? 10회? 18회? 여서 이 곳에서 내 글을 보면 우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