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감꽃 피는 것을 보셨는지요?
감꽃 지는 것은 보셨는지요?
그대가 무심해도 어느 사이 감꽃은 피었고 지고 감 알은 건강하게 굵어지고 있습니다.

감나무 가지에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있습니다.
감나무는 가을까지 살아남을 감만 제 가지에 남기고 나머지는 다 떨어뜨려버립니다.
맹수가 제 새끼들을 절벽으로 던져버려 살아남는 자를 자식으로 인정하듯
감나무도 고난의 여름을 견딜 수 있는 감에게만 가을을 허락합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도 감나무의 여름나기는 자연이 허락하는 몫만 가지려 할 뿐입니다.
오직 결실의 가을에 당도하기 위해 세찬 비바람 앞에서,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서도 치열한 정신의 자세로 감나무는 여름 속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제 색깔과 제 향기로 익어가길 위해,
익어서 자연과 사람에게 다시 나눠주기 위해 감은 여름과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묻습니다.
그대는 어떤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까?
아니,
어떤 가을을 준비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