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만난 왼쪽부터 10회 허부영, 김영자, 이인옥 선배님과 눈덮힌 7월의 산아래 호수에서 한장)


구름 한점없이 푸른 하늘아래,  두팔을 벌리고 나를 환영하는듯 서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14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북쪽으로 달립니다.  
파피꽃을 생각나게 하는 랭커스터를 지나고,  영화  “혹성탈출”을 촬영한 레드 락 캐년을 지나,  오른쪽으로는 죽음의  사막지대  데스벨리가  있고  왼쪽으로는  킹스 캐년과  세코이아 국립공원,  캘리포니아 최고봉 4350m의 휘트니산 등 10000 피트의 산이 즐비하게 늘어 선 395번 도로를 따라 올라갑니다.  
죽 늘어선  검은 바위산들 위에 덮힌 하얀 눈이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 언니들 만난 소감이 어떠세요?”  
“ 응, 나야 정말 좋지. 대접도 잘 받았고,  마음도 편안한 분위기 였지.”  

나누는 이야기에 재미도 있었지만,  옛날 고향의 친구들을 만난 기분이었단다.  
옛날 고향엔 또래 남자 친구는 없었고 여자들만 대여섯명 있었단다.  물론 마을엔 거의 박씨들만 있어서  또래의 여자들은 모두 친척이었단다.  증조 할아버지가  같거나,  고조 할아버지 또는 그위 할아버지가 같은…   두살 위 육촌누나,  일주일 늦은 당고모,  사촌이모네  딸과 먼친척 누난지  아줌마인지의…  작은 마을에서,  만나면 소꿉놀이도 했는데  아빠 역할에  엄마는 매번 바뀌기도 하며 함께 잘 놀았단다.

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 옛날 고향의  소꿉 친구 같았단다.  
모두들 지금까지  자녀 잘 키우고  성공 했기에, 자신있게 살아가며  나누는 대화도 편안하고 즐거울거라  했다.  

“ 신옥이 언니가,  LA 내려와 함께 교회 섬겼으면 하는 얘기는요?”  
“ 정말 고마운 말씀이지. 만약  LA  내려가면,  당신은 아마 샘 부릴거야. 끼어들 틈이 없을걸.”  

햇빛에  빛나는 흰눈 덮힌 산을 바라보며,  비숍을지나  매머드 호수 밑의 4000m Red Slate 산 자락에 위치한 8000피트 높이에 위치한 캠프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RV 와  텐트가 나무숲 사이 곳곳에  세워져 보기에 더욱 좋습니다.  
멀리 흰눈에 덮힌 산이 보이고,  옆으로 냇물이 좔좔 소리를 내며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면서  흘러 내리는 초원의 캠프장 입니다.   냇가를 따라 큰소나무들이 죽 늘어 서 있고 초원에는 예쁜 보라빛 아이리스가 피어 있으며 산이 빙둘러 쳐져있는  아늑한 곳입니다.  

어둑어둑한 시간에 산아래로  내려가 까페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사슴머리 박제가  몇개 걸려있는 식당안에는 조용히 대화하며 즐기는 식구들이 몇 테이블 있었습니다.  어딘가 순박하고 바지런한 소녀가  부지런히 손님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서빙합니다.  머리를 두갈래로 묶고 앞치마를  두른 그녀의 모습이 티없이 예뻐 보입니다.  

슬리핑 백을 깔고 누었습니다.  
몇시인가?  잠을깨니,  
“ 밖에 나가려고?   문 밖에 곰이 있을지 몰라. 내가 먼저 나가 볼께.” 
 
아!  밖에 나오니  하늘의 별들이 오케스트라 합창을 하는듯 합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하늘엔 밝은 수많은 별들이 크게,  아주 크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은하수엔 작은 다이어몬드를  뿌려 놓은듯  반짝이며 흐르고 있고,  모든 별들이 너무 커져 별자리를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집니다.  
정말 아름다운 밤하늘입니다.  

“ 허리가 아픈데…”
“ 바닥이 딱딱해서 그렇겠네. 내 배 위로 올라와 누워. 등을 녹여 펴봐.”  
“ 아이, 어떻게…”
“ 괜찮아.  아직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솔밭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소리가 바람소리처럼 솨하고 들려옵니다.  



                                                                                            7월 4일 2005년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