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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 갑니다.

길가에 파랗던 잎들은 노랗고 빨갛게 물들더니 이제는 누런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세월은 빨라 어느새 오렌지빛 호박이 탐스런 가을입니다. 

 

두부와 멸치를 넣고 진한 된장찌게를 보글 보글 끓여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여보, 친구들이 호박사진 보고 싶대요.”

호박이 아니라 당신 모습이 보고싶은게지.”

친구들이 인일문화제 끝나고 태안 갔다 왔는데 얼굴들이 밝고 얼마나 싱싱한지 몰라요.”

태안?  태안 어디?”

“어느 바닷가 별장하고 안흥부두 갔었대요.  사진도 많이 올렸어요.”

 

잠시 우리둘은 추억에 잠깁니다.  옛날 다녔던 태안을 기억해 봅니다.

태안읍내 골목에는 시골 아줌마들이 대야에 가득 싱싱한  해산물이나 농산물, 산나물들을 담아 팔고 있었습니다. 
산낙지, 고동, 해삼, 맛살, 소라, 생선에 생굴, 미역과 김, 젖갈등.
금방 잡아온 맛있고 먹음직스런 온갖 것들이 있어 신기하고
재미 있었습니다
.  안흥쪽의 꽃게
, 생굴 뿐만 아니라 파도리의 달기도하고 쌉싸름한 파래김이 우리 집의 최고  인기였지요.

 

말린생선도 많아 장어, 홍어, 우럭에 상어까지 남편이 무척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맘씨 좋고 인심좋은 아줌마들의 충청도 사투리가 평화로운 곳 입니다. 

우리 더 늙으면 친구들과 태안에도 자주 가자.  바닷가에서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을 보며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도 부르고
연극도 해 보고
  친구들이 예뻐서 은근히 기대가 되는데...   앉아서 파도소리를 함께 듣는 것만도 행복한 저녁이 될거야.”

늙으면 하겠다는 이야기는 지금 못하니까 그런거죠? 친구들이 자주 모임을 갖으니까 아무 때나 우리가 슬쩍 끼어 들어가면
돼요
.  친구들 한테 잘 보여야겠네요.”

 

바닷가 기슭에 비스듬히 자리잡은 넓은 호박밭에 크고 작은 호박들이 노랗게 빨갛게 빛나고 있습니다. 
둥글고 잘생긴 놈을 하나 들어 봅니다. 무겁습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온 꼬마들은 외발 손수레에 큰놈 작은놈 하나씩 싣고
종알종알대며 걸어 갑니다
. 

 

바쁘다는 핑게로 미루지 말고 더 늙기전에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갖는게 좋을것 같애.  선배님들처럼 모여
신나게 춤도 추고
, 여행도하고  그런데, 요즘 허 인씨는 잘 지내나?   재미있는 사람인데  더 늙기 전에 허 인씨도 만나보고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지.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아름다운 주위를 둘러보며 불어오는
미풍도 느껴보자고
.”

 

둥글고 묵직한 호박을 하나 차에 싣고 돌아옵니다.

친구들과 만나 깔깔 웃으며 즐겁게 노는 꿈을 가슴 가득 안고 돌아옵니다.  

예쁘게 꾸민 호박농원에는 아직 아이들이 조랑말도 타고, 염소들과 어울려 놀고, 옥수수 미로밭에서 나오며 행복해 합니다. 

 

내가슴에도 행복이 가득합니다. 

 

 

                                                                               11 1 2008

                                                                                                샌프란시스코 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