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경숙    白松24에서

      그 곳에는,
      마르지 않는 우물이 하나 있네
      삼삼오오 짝지어져 웃음꽃 피우는 기억들이
      그리움에 적신 두레박으로 퍼올려 지는곳

      그 곳에는,
      늘 외롭게 서 계시게 한 선생님의 그림자와
      빛바랜 교복과 낡은 모자 속의 체취가
      아직도 남아있는 텅빈 교실이 있네

      뒤돌아보면 늘 손 흔들어 주었건만
      못 본 척 고개 돌려 외면하던 위선들이
      이제사 마음의 언저리에 와 닿아
      가슴 속을 파고 드는 그리움이 되어 번지는 곳

      그 곳은
      마음이 쓸쓸해서 떠 올릴 때마다
      가장 편안한 자리를 내어 주던 곳
      이제 우리는 그 곳으로 다시 모인다.

      친구야..
      서로에게 비워 놓은 긴 세월 속에는
      뽐내고 싶은 삶, 부끄러운 삶
      그래 더러는 서러운 삶도 있었겠지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 모두의 삶이었지.

      참으로 오랜 시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너의 아픔 속에서 나는 비켜갔고
      너의 기쁨 속에서 나는 스쳐갔다.

      너를 위해 남겨 놓은 눈물
      너와 함께 나누고 싶은 웃음
      이제는 우리가 함께 마실 우물 속에 녹이자.

      우리를 기다려 준 동토 속의 수선화는
      땅속으로 녹아 든 그리움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홀로 피어 바람에 흔들리는 것보다
      어울려 피어 있음에 더 눈부신 우리들의 꽃이여..

      저 잔잔한 아름다운 자태
      저 요란하지 않은 긍지
      저 정겹게 번지는 우정의 물결은
      봄날에 들녘 향기로 피어 오르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햇살 가득 받으며 솟아오르는 수선화여 ..
      서로의 마음을 만지듯 꽃들도 얼굴을 비빈다.



시 낭  송: 최예문
녹음편집: 전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