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슈가 없으니 영화 이야기라도...

주안역 근처에 가면 영화공간 주안이라는 작은 극장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는 곳이죠.

남구청에서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일반 영화관에서 찬밥 대우를 받는 영화도 여기서는 존재감을 빛낼 때가 많습니다.


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가 원작입니다.

그래서인지 현실적인 화면에 가끔 아주 몽환적인 장면이 더해지기도 합니다.

습한 날씨를 표현하느라 마루에서 마당으로 뛰어드는 여주인공의 손과 발에

물갈퀴가 생기기도 하고

벼이삭의 푸르름에 빠져들다 보면 손등에서 푸른 줄기가 돋아나기도 하지요.


도호쿠 지방의 아주 작은 마을.

이웃들도 몇 명 안 되고 장이라도 보려면 옆동네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녀와야 합니다.

주인공 이치코는 낡은 집에 혼자 삽니다.

5년 전 어머니는 집을 나가 소식을 모릅니다.

도시에 나가 살던 이치코는 집으로 돌아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냅니다.

논의 잡초를 뽑고 수유열매를 따서 잼을 만들고 습기가 가득찬 날에는

난로에 불을 피워 빵을 구워냅니다.

양어장의 물고기를 잡아 구워내고 우스터 소스를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연락 없는 엄마를 생각하지요.

엄마는 솜씨가 좋은 분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는 갖가지 재료에 간장을 넣어 자기만의 우스터 소스를 만들곤 했습니다.

이치코는 꽤 자랐을 때까지도 우스터 소스나 누텔라를 수퍼마켓에서 살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네요~


그녀는 스스로 가꾸고 거둔 것을 반죽하고 굽고 쪄서 자기만을 위한 상을 차립니다.

스스로를 대접하는 소중한 한 끼.

요즘 대세인 먹방이라 할까요.

이렇다 할 클라이맥스도 없고 등장인물 간의 갈등도 없습니다.

그날그날의 삶이 큰 변화 없이 되풀이 되는,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삶.

그 삶이 부러워지는 건 칸칸이 콕콕 틀어박혀 살아가며

시시때때로 황사걱정을 해야 하는 우리네 삶이

새삼 돌아봐져서겠지요~


이 영화,원래는 2월 25일에 종영이라고 하더니 눈 밝은 관객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모양이라

당분간은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저요?

영화는 두 번 보았는데 간결하고 잔잔한 내레이션이 좋아 원작만화도 샀습니다.

사전을 찾으려면 머리에 쥐도 좀 나겠지만 정 안 되면 한글로 번역한 것도 나와있으니

뭐,걱정은 없습니다.


평일은 6000원 주말과 공휴일은 8000원.

주말 요금이 조금 올랐네요.

그래도 고맙지요.

영화보러 서울까지 다니곤 했는데 좋은 영화 보고 내용을 음미하며 천천히 집까지 걸어와도

50분 밖에 안 걸리니 이게 어딥니까~


l20150213_131451.jpg


l20150213_131509.jpg


l20150310_08590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