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 예배 후에 찬양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하다.  
11년된 Van을 팔아 마음도 시원하고 파느라 수고한 동생네도 기분이 좋은지 냉면을 맛있게 먹었었다.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불어온다.  예년보다 올해는 더운줄도 모르고 여름을 지나고 있다.  
소파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남편이 책을 읽고 있다.  천자문을 외우듯 소리내어 시편을 읽고 있다.  부러울것 없는 행복한 얼굴이다.  

작년까지도 집안이 더운 여름날 오후엔 문앞 따끈 따끈해진 콘크르트 바닥에 돗자리 깔고 엎드려 책을 읽곤 했었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고 좋아하던 그 이이다.   새로 이사온 집이 하루종일 시원하여 참 좋다.  

“집이 시원하니까 바닷가에 가지 않게 돼 좀 섭섭하네요.”  
“어, 그래?  그럼 나갈까?”  

280을 타고 북으로 가다  밀브레에서 35번으로 빠지니 안개가 자욱하게 길을 덮고 찬공기가 온 몸을 오싹하니 시원하게 한다.  
저멀리 산밑으로 Pacifica 에 푸른바다가 보이고 하얀 파도가  넘실넘실 줄지어 밀려오는 것이 보인다.  

“그럼, 바로 이거야.”  내 마음이 기뻐진다.
바닷가 언덕에 샛노랗게 피어오른 꽃이 더욱 마음을 기쁘게 한다.  기러기 떼들이 시옷자로 줄지어 오다가 바닷물 가까이 내려온다.  
엄마 아빠와 같이 어린 애들이  물가에서 부서지는 파도 물거품을 따라 뛰어 논다.   멀리 반짝이는 모래 백사장에 젊은 두 남녀가 두손을 맞잡고 서 있다.  
“저 연인들 아름답잖아?  무슨 이야기 나누고 있을까?”  
조그만 텐트 속에서 어린 남매들이 놀고 있다.  

설교시간에 목사님 하신 이야기 생각나?  느끼하다고 하시면서 멋적은 표정으로 말씀하셨지.  
친구 목사님께 배우셨다며 댁에 가셔서 사모님께  이렇게 말씀하셨대.
  
“ 당신 눈 속에 맑은 호수가 있는것 같애.”  사모님이 빙긋 웃었다지?
또 한번은,  
“당신 오늘 바뻤지?”    “예?  왜요?”  
“내 머리속을 하루종일 뱅뱅 맴도느라고!”
말씀 듣고 웃으시며 행복해 하시는 사모님 모습 보이지?  그렇게 말씀하고  계신 목사님 마음도 행복하실테고…”  

털이 복실복실한 개가 아이와 함께 하얀 물거품을 따라 달려가고 있다.  
“당신 눈 속엔 맑은 호수보다 더  넓고 푸른 바다가 들어있네!”

120년된  바닷가 레스토랑 앞 가로등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고 불 밝힌 레스토랑 넓은 유리창으로 손님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인다.  
우르릉 우르릉 철썩 바닷물은 돌로 쌓은 둑까지 높이 올라오고 하얗게 부서지며 서있는 차위로 넘어온다.  
검은 바다에 헤들라잇을 비추니 파도가 더욱 하얗게 빛나며 밀려 온다.  찬바람과 물방울이 얼굴에 와 닿는다.  
“여보, 추워요, 식당에 들어가요.”

식당에는 손님들이 가득차  활기가 넘친다.  
모터 싸이클족들도, 생일파티하는 가족도, 젊은 연인들과  나이든 부부들이 앉아 흥겹게 이야기 나누며 잔을 들고 있다.  

“커피 맛이 좋네요.”  
“음, 좋네. 하나님께서 나를 이 세상에 내 보내신 것은  말야, 어떤 큰 일을 이루어 번쩍 번쩍하게 성공하라고 하신 것보다  하나님 안에서
행복하라고 보내신 것 같애.  하나님 안에서 기쁘고 즐겁게  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애.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해.”  

창밖으로 파도가 하얗게 밀려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껴안고 서있는 연인들이 행복해 보인다.




                                                                               8월 12일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