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지요~

가뭄에 메르스에...마음이 영 편치않은 시절이네요.

어제는 인연이란 걸 생각해 본 하루였습니다.

오래 전에 시카고 북부교외의 어느 집 차고세일에서 작은 액자 하나를 샀습니다.

차분한 색조화의 퀼트액자여서 얼른 집어들었죠~

주인 할머니 말로는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랍니다.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만들기를 좋아하다 보니 그런 게 먼저 눈에 들어오곤 합니다.

3불 정도 주었을까요..

어디에나 걸어놓기 좋아 아끼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친구가 알려준 곳,자유공원 아래의 예쁜 가게에 갔습니다.

학창시절 선망해 마지않았던 언덕 위의 집.

밝은 햇볕을 받고 있는 집이 더위마저 별 거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차고는 가게를 꾸며 퀼트 강습도 하고 패키지나 완제품을 판매하고

돌계단 몇 개를 오르면 파라솔 아래서 시원한 걸 마실 수 있다고 하네요.

주인여자분이 만드는 작은 파우치를 보니 아주 낯이 익네요.

집에 있는 액자속 퀼트와 색조화와 패턴이 거의 같았어요!

밤색과 짙은 감색,황색을 특이한 패턴으로 아플리케 하고 도안 사이를 홈질로 누볐구요.

이런 우연이~

알고보니 해외선교차 나가있는 인척이 현지인들의 생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 보낸 것이랍니다.

그냥 예쁜 패턴이라고 생각해 왔던 게 알고보니 가운데 있는 것이 십자가였어요.

아는 만큼 보이는 건 퀼트도 마찬가지군요.

비슷한 패턴인데 한 개도 같은 게 없다는 것,이것이 퀼트의 매력입니다.

먼 나라의 이름 모를 사람들이 만든 것이 미국으로,한국으로 퍼져있네요.

여러 개 중 고르려니 쉽지 않았어요.

고심하며 고른 걸 보더니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다섯 개나 사느냐고 묻네요.

궁금하면 오백원~ㅎ

쓸 데가 딱 있지요~

그건 다음 기회에...

10여년의 차이를 두고 비슷한 물건이 제게로 오다니...

우연이 필연이 되었습니다.

홍예문 위 전망 좋은 카페에서 뭐라도 마실까 하고 힘겹게 비탈길을 올랐더니

넓은 홀에 손님이라곤 달랑 남자 두 사람인데 그중 한 "인간"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읽을까 하고 들고간 시집은 펴볼 수도 없었지요.

중년남자들의 수다도 참 만만치 않네요.

거기에 양념처럼 집어넣는 상소리...

카페의격이확 떨어지는 순간이었어요.

적당히 끊지 못하고 맞장구 치는 인간도 똑같은 수준일테지요.

자식들한테는 어떻게 가르칠지 궁금하네요.

인간의 품격이란 걸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자리를 옮겨 싹싹한 여사장님과 얘길 나누게 되었는데

이 분,클래식 기타를 하신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남편 되시는 분과 기타 오케스트라를 꾸려나가는 줄은 몰랐지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부부가 오랜 세월 함께 해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좋아서 하는 일이니 힘들어도 즐겁기만 하시답니다.

과문한 탓에 검색을 좀 해보았습니다.

창단 45주년이라면그 세월 만으로도 참 엄청나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주 동영상도 몇 개 올라와 있네요.

기타의 음색은 참 독특한 데가 있지요.

저절로 눈을 감고 듣게 만듭니다.

리선생님은 아주 잠깐 뵈었지만 솔트 앤 페퍼의 긴머리가 예술가로서의 경력에

내공을 더 하는 듯 합니다.

일본에서 오는 분들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하게되어 아주 바쁘시던데요.

기타를 전공하고 오랜 시간 정진해온 분들의 연주이니 소개해 드릴 만 하지요?

기타만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여러가지로 뒤숭숭한 요즘같은 때 수준 높은 공연을 볼 흔치않은 기회인 듯 합니다.

메르스 때문에 망설일까 걱정했는데 일본 연주자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와준다 해서

너무나 고맙다는 종달새 같은 목소리,어린애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보는 이도 즐겁게 만듭니다. 

그곳에 문의하면 티켓도 좋은 조건으로 구입할 수 있다니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연락해 보심이 어떨지요.

공연 일시: 6월 20일 토요일 오후 5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M 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