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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개의 노을 -작가의 말

일 년 사 개월 만에 묶는 소설집이다. 물론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이 다 이 기간에 쓰인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소설집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누락된 소설들과 그간 쓴 것들을 모은 것이다.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불편함이다. 나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소설은 픽션이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소재는 주변에서 얻어왔지만 작가가 상상하여 이야기로 재구성한 픽션이다. 혹 주변인의 모습이 보이더라도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나는 소설 쓰기가 두렵다. 배우가 몸으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나는 글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한다. 하지만 그 캐릭터도 결국은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품가치도 없는 소설을 쓰는 것은 그 어떤 행위보다도  소설쓰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산고의 고통만큼 힘들지만 그만큼 큰 기쁨을 준다. 사랑하는 아들 집 앞에서 얼어 죽는 <동행> 속의 노인처럼 소설을 짝사랑하다가 그 문짝 앞에서 얼어 죽는다 해도 나는 행복할 것이다. 

"작가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입니다. 맘 놓고 상상하세요. 아무도 의식하지 말고, 어떤 주의주장에도 구애받지 말고, 무슨 윤리의식 따위에 신경 쓰지 말고 마치 세상에 나 혼자 살고 있는 듯이 그렇게 자유롭게 상상한 인간들의 얘기들을 쓰세요."

내가 등단했을 때 스승이신 소설가 김승옥선생님께서 메일로 격려해주신 말씀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나는 큰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김포벌판에서 나고 자라는 질경이처럼 강인한 삶을 사셨던 아버지께 이 소설집을 바친다. 내 소설 속에 가끔 나타나 방향을 가르쳐주시던 아버지는 꼭 10년 전 오늘 저 세상으로 가셨다.

아버지!

해가 갈수록 당신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어찌된 연유인지요? 비록 당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무명의 소설가지만 당신께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습니다. 꼭 그러하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강 명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