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덥군요.

참으로 덥습니다.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저희집에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게스트들이 다녀갑니다.

7월에는 조카딸,이번에는 그애의 오빠입니다.

5년 전에 엄마랑 함께 왔다가 이번에는 따로 다녀가게 되었네요.


오기 전에 미리 하고싶은 일 목록을 주던데 뭐 별 거는 아니고

아무 때라도 전화를 쓸 수 있는 선불카드,약간의 쇼핑에

고모부랑 산에 가기,낚시하러 가기...


낚시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5년 전의 한국방문 때 고모부와 함께 망둥이를 잡으러 갔다가

무려 19마리나 잡고는 자기 낚시인생 최고의 해라고 감격을 했던 아이입니다.

12살 때.

꽤 황홀한 추억거리를 갖고 돌아갔지요.


내년에 대학 갈 나이,키는 180cm 가까이 자랐어도 아이는 아이인지라 집도 좀 그립고 한 모양입니다.

거의 두 달째 멀리 와 홍콩을 거쳐 한국에 와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일요일,물때를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하는 마음으로 화성의 어촌체험 마을로 갔는데

휴가철이라고는 하지만 길도 막힘없이 뚫리고 해서 조금 일찍 도착을 했지요.

아직 낚싯줄을 드리울 시간이 아니랍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친척의 시골집에 들렀더니 금방 방울 토마토며 가지,상추...빈 손으로는 안 돌려보내줍니다.

밭에서 금방 딴 것들은 받아오는 마음을 뿌듯하게 만들지요.


다시 돌아가는 길.

논밭 사이로 난 길은 꽤나 좁습니다.

저쪽에서 차 두 대가 연달아 나오네요.

이쪽은 피할 곳이 마땅치 않고 목을 빼고 바라다 보니 저쪽 중간쯤에 차 두 대가 너끈히 피할 만 하구나--했던 건

이쪽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공터에서 교행을 하려는데 두번째 차를 몰던 중년여자가 차를 멈추고 창문을 내리더니 소리소리 지릅니다.

난 이 동네 주민이라 룰을 꽉 잡고 있는데(솔직히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당신은 뭐냐?

그렇게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네요.

한 마디 하려는 남편을 제지하고 가던 길을 가기로 합니다.

외지인이 봐도 피할 공간이 충분한데 동네를 꽉 잡고 있다는 주민이 그 정도의 양보도 못 한다는 건

참 기분 씁쓸한 일입니다.

더구나 그 동네는 어촌체험 마을로 널리 알려져 여름이면 외지 차량이 부산히 드나드는 곳입니다.


조카가 자전거 도로가 아니었냐고 할 만치 좁은 길을 해놓고 돈을 벌고있다는 걸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혹시 체험마을 운영주체들이 돈 버는 게 눈꼴 신 사람은 아니었을까...해버리고 맙니다.


그렇지만 그냥 지나갔으면 작은 일,아무 것도 아니었을 일에 외지인,마음이 상했습니다.

다음에 또 가자고 하면 싫다 소리가 나올 것 같네요.


성질 못 죽이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진 것 같습니다.

툭하면 시비고 싸움질입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아직도 그런가요?


어느결엔가  TV 드라마를 보지않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시작하며 내거는 시놉시스는 항상 그럴 듯 한데 뚜껑을 열어보면

약속이나 한 듯,빈부 차이나는 젊은 이들의 결혼 문제,

왜 반대하는지 이유도 분명찮은 한쪽 부모,악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죽으나 사나 나쁜 것만 생각해지요.

거기에 출생의 비밀 하나 더해집니다.

불치병은 옵션이지요~~


미장원에 갔더니 드라마를 보던 미용사가 저거 저러다 이러이러하게 끝날 거야...뜨르르 꿰고 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예측이 맞았다네요~


사극은 또 어떤가요.

독기어린 여인네와 음흉한 남정네 얼굴이 화면마다 가득입니다.

시기와 모함으로 얼룩진 스토리가  역사의 전부인양 그려집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누군가를 쫓아내고 죽이려 하니 화면마다 눈꼬리는 올라가고 목에는 핏대가 섭니다.

얼굴은 벌개 가지고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지요.

이쯤되면 보고 있던 시청자들 한 마디씩 거듭니다.

완전 동화되어 이게 현실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리는 겁니다.


그러면서 배우지요.

아,나도 만만한 며느릿감,가난한 사윗감에겐 마음껏 성질 부리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되는구나.

아,나도 라이벌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시야에서 걷어내 버려야겠구나.

조금만 건드려도 버럭!합니다.

욱!하고 퍽!치고...


뉴스는 또 어떤가요.

사람사는 세상에 사건사고가 없을 수야 없지만 뉴스를 전하는 목소리는 늘 세상이 뒤집히기 일보직전인 듯 합니다.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일은 벌어졌어도 뭔가 해결책이 나오겠구나...싶을 때가 많은데

우리는 늘 왜 이리도 허둥거려야만 하는지요.


TV는 흔히 바보상자라 하지요.

드라마 때문에 자기 생각없이 사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아닌지요.

종편도 많아졌으니 뉴스고 드라마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단은 이목을 끌어야 하기 때문인가요..

그렇긴 하더라도 방법적으로 좀 순해지고 목소리를 조금만 낮추면 안 될까요.

너무 재미가 없어져 시청률이 떨어져 안 되나요...


길에서 스친 중년여자의 한 마디가 오만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여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