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 게시판담당 : 최경옥, 정환복,설인실 - 11회 모임터 가기
여고시절 나는 공부도 시원찮았고,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뒤늦은 사회활동을 시작하면서도 내 머리는 신통칠 않다는 것을 매번 깨닫는 상황이 많았다.
그러면서 남들처럼 나이를 먹고 첫 손자도 얻었다.
아이를 한명 낳을 때마다 뇌세포가 1억개가 소멸된다고 주어들은 소리가 있는데
3명의 아이를 낳았으니 나의 뇌는 기하급수적으로 뇌세포가 소멸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스스로 내렸다.
이유는 최근들어 집중력과 기억력이 급속히 떨어졌고
의학적으로 혈관성치매가 아주 조금 시작되었다고 건강검진결과서에 나타난
색깔있는 막대그래프를 보자
급기야 나는 이제부터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는 허망함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강명희와의 통화에서
가까운 친구들이 축하모임을 갖게 되었다고 함께 하자는 말을 전해듣고
백운호수 근방의 모임터로 찾아가 실로 몇년만의 해후를 했는지 모르겠다.
가기 전에 책이 도착하면 모두 읽고 가야 예의라 생각했지만 책이 도착하지 않아 그냥 갔던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후에도 책이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기다렸으나
손바닥보다 더 작은 땅덩어리 나라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시간보다 더 걸려 1주일만에 도착하였다.
책을 빨리 받아 뛰어나게 비평? 평론? (잘 모르겠다) 을 쓴 유지인의 글을 보며
내 머리에선 저런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것이고 문장구성도 안 될 것을 어찌 이 친구는
머리가 이리도 뛰어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눅드는 방법도 가지가지이다.
내 돈 주고 책을 사는 것은 주로 컴퓨터 서적이었었다.
시중에 뜨는 작품은 서점에서 의자에 걸터 앉아 속독으로 읽어내려간 기억들은 있지만
소설이나 시집은 돈을 주고 산 기억이 별로 없다.
온라인 시대의 부산물로 모니터를 통한 글 읽기가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이 되어
책 뚜껑 열기도 성스러웠다.
친구의 작품집이라 더욱 경건히 표지를 열고 목록을 보곤
첫번째 단편 " 노을"을 읽기 시작했다.
한글자 한글자 음미하며 읽고자 했다.
친구가 창작을 위해 뱉어낸 고통들을 대리경험하고 싶었다.
헌데 눈이 아물거려 도저히 진도가 안나갔다.
거실에 비스듬히 소파에 앉아 있으니 TV에서 나는 소리가 뇌세포의 반은 집어삼키고
한줄 끝머리에서 다음 줄 앞 머리로 시선이 가야하나
같은 줄 읽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몇년 전 석사논문을 쓸때도 이러한 현상 때문에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난다.
소설도 아니고 딱딱한 내용을 쓰자니 그건 진정 고통이었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혈관성치매가 시작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노을"에서는 제주도 방언이 많이 나왔고
그것을 인지하고 읽기엔 아~ ! 나 어떻게해 하는 자괴감이 엄습했다.
유지인은 3시간 만에 책 한권을 모두 읽었다고 했는데
1쪽에서 그만 책 읽기를 일단 포기하였다.
그리곤
하루에 하나 또는 두편만 읽기로 생각했다
여러편을 읽으면 내용이 뒤엉켜 나중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것같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나는 맨 끝작품 " 솔밭사이로"를 펼쳐들었다.
TV도 껐고 식구들도 모두 나갔고 아주 쾌적한 상태에서 독서를 시작하였다.
요란한 독서환경조성을 한 셈이다.
첫줄 둘째줄을 읽어가면서 노을보다는 읽기가 수월했다.
단어 하나하나도 읽고 지나가기 아까워
한줄 읽을 때 작은 직사각형 책받침을 대고 그 줄을 마치 고3 때 공부하듯
국어시간에 문법공부하며 앞뒤관계 분석하며 읽듯
그야말로 소설읽기 기행이 시작되었다.
읽기는 읽는데 집중력이 떨어져 읽어내려가는 도중 앞 부분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앞문장과 뒷문장은 연결이 안되어
읽다가 앞으로 다시 가서 읽고난 후 원위치로 오기를 반복했다.
다음 쪽으로 넘어가서야 몰입이 되어 머리 회전이 되는지 쑥쑥 읽어내려가는데 문제가 없었다.
남자주인공의 사이코패스, 엽기적 행위는 탐정소설처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제대로 소설읽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손가락 인육에 대한 내용을 마지막 문장으로 보고선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한
제목은 기억 안나지만 미국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자기 집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살해 후 뒷마당 연통에 집어넣고 불태우던 장면에
영화이지만 나는 무척 충격을 받아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명희의 소설 솔밭사이로에서 파스타집은 운영하던 남자주인공이
요리의 재료로 인육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부유한 환경에 자란 남주인공이 파멸되어가는 과정과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스토리에서
역시 소설가는 만들어지는게 아니고 탁월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구나 싶었다.
하루에 한편씩 읽기로 했기에
" 마지막 인사" " 어느 일몰" " 그해 겨울 내리던 눈" " 묵티가 온다"
그리고 " 히말아야 바위치" 까지 읽었고 아직도 읽는 중이다.
각 소설마다 배경이 별나라 달나라처럼 나와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고 장소였고 인물이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어렵게 성장하여 교대를 들어간 양정이를 비롯, 교대, 선생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다.
인천중학교, 배다리, 월미도, 경동사거리,초지대교,
이런 단어를 보면 나도 소설 속의 한 인물이 되어 위의 장소를 오가고 있는 것으로 착각이 들었다.
문장마다 내가 알고 있는 강명희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소설로 녹아있었다.
어느 유명 등단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어 가까이 하다보면
우리가 너무 미화를 하여 보아서인지 소설밖에서의 작가는 영~ 아니올시다 실망하는 경우들 많지만
강명희는 느끼는 그대로 소박하고 순박? 하고 거짓이 없기에
그런 그녀와 공통분모를 내가 함께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은근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누구나 알고 있고 이해가 가능한 내용이지만
소설가란 직업은 바로 누구나 알고만 있는 내용을 문자로 엮어내는 재능이 있다는 것이
우리네와 다른 점일 것이다.
영화감독은 그러한 것을 영화로 만들었기에 우리네와 다른 것이고.
오늘도 나는 밑줄 긋기를 해가며 강화에서만 재배되는 " 순무" 를 읽는 중이며
앞으로도 소설읽기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
강 명희후배의 소설도 중요하지만서도
그게 도대체 뭔 소리야~ .............혈관성치매초기 증상으로 건강검진에서 판명이 되었다구?
치매라면 일찌기 우리 시아버님과 친정아버님께서 고생하시다 가셨기에
깜짝이야.....했네.
두분다 당뇨성 치매셨는데 워낙 두 분다 단 음식을 좋아하셔서 당뇨가 왔다고 하는데
혈관성을 그래 찾아보았어요
초기면 조심하면 되겄네
- 고혈압, 당뇨, 심장병, 높은 콜레스테롤을 치료해야 한다.
- 과음, 흡연을 하지 않는다.
- 우울증을 치료한다.
-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활동을 지속한다.
- 머리 부상을 피한다.
- 약물 남용을 피한다.
- 환경이나 생활방식을 급격하게
바꾸어 혼란을 주는 것을 피한다.
- 의식주는 독립심을 갖고 스스로 처리한다.
- 체력에 맞게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한다.
-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한다.
주의사항을 읽어보니 영희가 다 하고있는 일이기도하고
처음에 놀랐던일이 좀 안심이되네.
아이고~ 나도 기억력이 떨어져서 명사 특히 고유명사가 생각이 나질 않아 주어 없는 대화를
상대방에게 해서리............대화가 진행이 안되는일이 잦아지네.
문장도 쓸려면 내가 생각한 서술이 안되기 일쑤이니
그러면서 뭘 이러쿵 저러쿵 하나 하고 포기하게되데.
그래도 다시 도전해서 우리 노력하자!!!
코사무이 태평양 이 먼 곳에서 행복바이러스를 보낼게.....오케이~!!!
김은희선배님 ㅋㅋㅋ
저도 놀랐는데 선배님께서 혈관성치매라는 단어에 놀라셨나봐요
저위에 기술된 내용 중에 저에게 해당되는게 거의 없어요
혈압도 정상이고 당뇨도 없고 모든 것이 정상인데
요번 검사에서 LDL 나쁜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이게 원인인 것같아요
육류도 많이 안 먹는데 왜 그런가 의사에게 문의하니
채식만 해도 생길 수있고
훌쭉한 사람에게도 그런 증상은 있답니다.
열량이 남아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사량을 줄이고
열량을 소비하기 위해 운동 많이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 줄이는 약을 복용하며
규칙적으로 피 검사 받으래요.
겨울이라 자전거도 안타고 자꾸 움츠리게 되니
체중이 금방 증가하는 요즘이예요
염려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이 아침에 너의 글 읽으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너의 글은 술술 잘 읽히고 재미도 있고 그래.
내 소설은 다른 그 누구의 작품보다 읽기가 수월해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아지지 않는다던데 그랬구나.
이번에 느낀 것은 우리 나이는 이제 눈 때문에
소설도 잘 못 읽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는 거야.
읽느라고 애 많이 쓴다.
영희야!
이곳은 지금 자정이 넘었다
밖에는 어제부터 내린 눈으로 차면서도 포근하다
영희도 자녀가 3이니?
나와 똑같네
혈관성 치매 증상이 조금 보인다는 네 소식을 들으니
내 맘도 허해지는 기분이 드네
영희야!
그래도 이렇게 너를 풀어 헤쳐가며 글을 써 올리니 고맙구나
나도 글을 읽으면 뭘 읽었는지 도대체 정리가 안되지
우리 모두 다 같은 경험을 하면서 늙어가나보다
늙음엔 왕따가 없는 것 같네
손주녀석 이쁘겠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내거라
컴퓨터계의 전설 우리의 전영희가
이런 얘기를 하게 될 줄이야..
세월이 참 무섭다..
나도 이제 뭘 좀 하려면 눈이 영 안 도와준다는 걸 절감하곤 한다.
나름 거액을 투자해 누진 다초점 안경을 맞춰봐도 피곤하긴 마찬가지.
그놈의 스마트 폰과 둘째넘이 묻지도 않고 덜컥 사줘서
기냥저냥 요모조모로 활용하게된
아이패드 땜에 눈의 피로도는 증가일로에 있고...
책도 전보다 덜 읽게 되네.
난 강명희의 책을 읽으면서 정말 미안했던 게
10년에 걸쳐 습작도 엄청 했을 것이고
그중에서도 고르고 골라 뽑은 글들인데
너무 빨리 읽어버렸다는 거였어.
그래도 3시간 만에 읽을 능력은 없다네~~~ ㅎㅎ
그저 나도 모르게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는 얘길했던 거...
재미있게 쓴 작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ㅎㅎ
류지인도 한 유머하네.
컴퓨터계의 전설들이 모두 웃겠다 ㅋㅋㅋㅋㅋㅋ
주로 이른 아침에 컴을 확인해보는데
오늘 아침 크게 웃었다
어제 막장드라마라고 하면서도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들여다보는 오로라 공주에서
태어날 자식을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합심하여
집안에 있는 모든 TV를 없애자. 집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자고 하더라.
의대생들이 과거엔 공부잘하는 학생은 욋과 냇과에 몰렸었지만
세월의 흐름을 따라 안과 성형욋과로 간다고 하잖아.
그 만큼 눈을 혹사함으로써 반사이익을 받는 직업군이라 하겠지.
모니터 보는 시간을 줄이고
되도록 멀리 시선을 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위에 쓴 내용처럼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은
어쩔 수가 없는 나이들이 된 것이니
더 악화되지 않게 조심하는 수 밖에.
홈피 초창기에는 나도 그럴싸하게 생각을 내 스타일대로 많이 썼었지만
한 몇년동안은 사진이나 올리고
딱딱하고 사무적이며 공지성, 정보안내 글만 홈페이지에 썼었다
성격상 미사여구만 나열하지 못하기 때문에
때로는 톤이 강하고 때로는 적나라한 표현도 나왔지만
그래서 더 독자들에게 어필되었던 것같다.
실로 오랫만에 11기 게시판에 머릿 속에 있는 알갱이들 중 일부를 주섬주섬 끄집어내어 보았다.
마음에 부담이 없어야 글도 술술 풀려가는 것같다.
한 20년전?
PC통신 시절에 글쓰기를 즐겨했다.
그러자 나의 글을 보고 몇군데서 내 글을 고료를 주고 가져갔다
이후 요청도 들어왔다.
글의 쟝르는 꽁트였다.
그리고 꽁트작가로 입문하여 작가협회에 등록까지 되어
지금도 협회지가 집에 오고 있다.
내 글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새로운 만화소재 글을 부탁을 받은 적도 있다.
헌데...그게
돈을 받으니 글이 안되더라
초고를 보내면 이렇게 저렇게 내용을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해 존심도 상하더라.
내가 한껏 필이 올르면 글이 술술술술 풀리는데
돈을 받고 써야하는 것이 그렇게 부담이 되는 줄 몰랐다.
내가 원하는 글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글을 쓴다는 것이
신문지 이리저리 구겨 뭉치듯 자존심 구기는 것같았고
그렇게 억지로 쓴 글의 결과물은 영 ~ 아니올시다였다.
이후 나는 한번도 원고료를 받고 그 어떤 종류의 글 쓴 적이 없다.
아마도 나의 글 재주는 거기까지가 한계였던 것같다.
그래서 명희가 더 크게 나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