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가며 어렸을 적에 먹던 음식의 맛이 자꾸 그리워지는 건 추억이란 것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 미국에 살고 있는 막내동생이 장떡을 만들었다고 해서 먹어 본 기억도 별로 안 남았을 애가 그걸 어찌 만들었을까...생각했었다.

뭘 넣었냐고 물었더니 그냥 대충~이란다.

 

남쪽에서 장떡이라 하는 것은 고추장을 넣고 부친 부침개의 한 종류지만 본인이나 부모님이 이북출신인 사람들은 달리 기억하고 있을 음식이다.

 

거무스름한 반죽을 수제햄처럼 양끝이 둥그스럼한 원기둥 모양으로 빚어 찜통에 찐 후 볕에 널어

말려두고 얇게 썰어 연탄불에 석쇠를 얹고 살짝 굽거나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내면 쫄깃하면서도 짭쪼롬한 그 맛에 밥 한 그릇이 꿀맛이었다.

냉장고 없던 시절에 꽤 오래 보관가능한 저장식품이었다.

 

햇된장과 메줏가루 쇠고기 다진 것...푸른 색은 파였던가~~정도로만 기억에 남았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솜씨 좋던 막내 이모마저 일찍 세상을 뜨셨으니 제대로 된 레시피를 알아볼 곳도 없었다.검색을 해봐도 다른 자료만 뜨곤 해서 이래저래 잊고 있었다.

 

며칠 전,우연히 본 프로그램에서 천리장이란 것이 나왔길래 우둔살을 사러 갔더니 투 플러스 등급이라고 부르는 값이 만만치 않다. 모처럼 마음 먹은 것이고 한번 만들어 두면 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이라 해서 값은 따지지 않기로 했다.

조선간장을 조리고 있자니 갑자기 장떡이 기억났다.

 

오래 전,박완서씨의 소설에 장떡을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따끈한 밥을 놋그릇에 담고 그릇 뚜껑을 뒤집어 덮은 후 거기에 장떡을 담고 다시 뚜껑 하나를 더 덮어 보자기로 싸갔다는 대목이었다.

그 묘사가 어찌나 실감나던지 어렸을 적 기억의 한모퉁이를 선명하게 되살려주는 것이어서 입에 군침이 다 돌 정도였다.

 

생각난 김에 인터넷 서핑에 돌입했다.

구하라,얻을 것이라던가...

레시피--라기 보단 들어가는 재료가 무엇인지라도 알 수 있는 책이 있단다.

좋은 책소개를 하는 블로거 덕에 알게 된 책은 황석영씨의 "맛과 추억".

 

작가에 의하면 재료는 찹쌀가루,햇된장에 다진 쇠고기,파 마늘 고춧가루 등이다.

하지만 집집마다 각자의 비법이 있었을 터.

우리집에선 찹쌀가루가 아니라 수숫가루와 메줏가루를 쓴다고 들었던 것 같다.

집에서 된장을 담지 않으니 두 레시피를 적절히 활용해야 작품이 나올 듯도 하다.

무더위 지나가고 서늘한 바람 불어 장떡 말리기 좋을 때 한번 만들어 볼까.

그 전에 황석영씨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먼저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