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아들, 한달 보름 정도 지나면 입대를 한다. 나는 그 전에 미동북부와 캐나다를 포함하는 패키지 여행을 같이 하기로 했다.

(너무 어릴 때 와서, 저 태어난 나라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으니) 그후 시카고에 일주일을 더 머물자 한 여행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나로선 깨달음이 있는 시간들이었다. 초반에는 티격태격 세대차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이젠 저 혼자 어디서건 살아낼 수는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내 아이지만 참 몰랐던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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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이나 되는 긴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시카고에 사시는 나의 옛 영어선생님을 만나는 일이었다.

 (지인이가 꽃 배달 해 준 사진을 올려서 우리 동기들이 인일넷에서 본 멋쟁이 할머니, 남편이 세상 떠나시자

그 아름다운 집을 팔고 2년 전 노인아파트로 옮기셨다 한다.)
옛날 인연으로 일주일간 우리를 칙사 대접하며 집에 머물게 해 준 언니가 동행했다

. 현재 91세, 기억이 션찮아지셨다. 가벼운 치매 증상 처럼, 옛날 일은 즐겁게 기억해 내시는데, 오호라! 현실 감각이 부족하시다.

  약속을 두 번이나 잊으시고, 내가 한국에서 뵈러 간 사실도 금세 기억 못하시네. (어쩐지, 작년부터 편지나 엽서에 답장을 안 하시더니 이유가 있었다.)우아하게 틀어올렸던 머리도 완전 짧게 자르시고, 몸도 많이 여윈데다 혼자 힘으로 소파에서 잘 일어나지 못하시는 모습에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지고 간 김영택 화백님의 펜화집을 드리니, 예전처럼 일일이 들춰보며 질문하시길래, 열심히 설명해 드리고
지갑 포장된 헤라 립스틱을 선물로 드리니 아주 기뻐하셔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다시 못 만나겠지 싶은 작별을 고하고 돌아섰네.

피카소를 비롯한 좋은 그림 가득한 방, 온갖 시설 다 갖춘 품격있는 호텔 같은 아파트지만,

조용히 사그러지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어 나도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 했다.... 우리 인생이 그러한 거지. 

패키지 이동 중에도 식당으로 찾아와 같이 점심 먹은 명애와, 나이야가라 호텔에 간식거리, 커피, 잣 등 잔뜩 싸들고 찾아왔던 순정이를 보며, 내 아들은 새삼 엄마 친구들의 우정에 놀라며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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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흔한 친척 한 명 없는 땅 미국에서 외롭고 가난한 유학생 시절 알게된 지인들의 환대도 분에 넘쳤다.
우리 큰애가 삼촌이라 부르던 이민 1.5세 청년이 오십이 넘어 200명 넘는 직원을 가진 회사 부사장이 되어 있었고, 기꺼이 위스칸신 주까지 운전해 주며 특별한 페스티벌에 데려갔다.
우리가 살던 작은 아파트 앞 너른 잔디밭, 큰 아이가 학교 대표로 나가 지역 스펠링 비 대회에서도 우승하여 이름이 새겨져 있는 학교 벽도 그대로였다. (음악실도 체육관도 여전하여 같이 못 간 큰 애를 위해 열심히 찍어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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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는 이들마다, 맛집으로 데려 가니, 조식부터 다양한 음식을 맛 보았고, 한국 음식 냉면과 갈비를 무려 네 번이나 먹었네.
우릴 머물게 해 준 언니집에서도 온갖 특식을 기본으로 제공해서 (옛날부터 원래 솜씨가 좋은 분) 무조건 먹이니
 아들애는 4킬로가 쪘다고 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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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상주의 소장품 많은 시카고 미술관을 비롯한 수많은
    시카고 건축물 투어,
  • (도착날이 마침 독립기념일)바로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한 불꽃놀이로 시작된 시카고 여행은,
  • 아들 아이나 내게 두고두고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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