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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안종도 피아노 독주회>에 다녀 왔다.


[프로그램]
 
< Le Jardin de Monsieur Rameau(라모의 정원) >


- 1부 -
Jean-Baptiste LULLY (1632-1687)
   /  ‘Suite de Pieces’

          Allemande-Courante-Sarabande-Air Tendre-Gigue
 
Francois COUPERIN (1668-1733)
   /  ‘Les barricades mysterieuses’

          Extrait du 6eme Ordre, le Second livre de pieces de clavecin (1717)
   /  ‘Le Tic Toc Choc’
          Extrait du 18eme Ordre, le Troisieme livre de pieces de clavecin (1722)
 
Jean-Philippe RAMEAU (1683-1764)
   /  ‘Les Nouvelles Pieces de Clavecin en La’ (1724)

          Prelude (non mesure) Extrait de la Suite en la, le Premier livre de pieces de clavecin (1706)
          -Allemande-Courante-Sarabande-Les Trois Mains-Fanfarinette-La Triomphante
 
- 2부 -
Franz SCHUBERT (1797-1828)
   /  ‘Klaviersonate B-Dur D. 960’ (1828)

          Molto moderato
          Andante sostenuto
          Scherzo: 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 - Trio
          Allegro ma non troppo - Presto
 


<라모의 정원>이라고 붙여진 주제로 어제의 연주를 펼쳤다.


그래서 1부는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세 분의 작곡가의 연주가 진행이 되었다.


장 밥티스트 륄리,

프랑소와 쿠프랭,

장 필립 라모.


이렇게 세 작곡가의 곡을 연주했는데

잔잔하고 아름다운 정원에 있는 아침의 꽃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몇 년 전에 롤랑 마뉘엘이라는 음악학자가 쓴 <음악의 기쁨>이라는 책을 세 권이나 읽었다.

그 책은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죽 이어서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프랑스 사람이다 보니 프랑스의 작곡가의 지면을 아주 크게 할애를 하고 있었다.

특히 18세기의 작곡가를 소상하게 다루고 있어 한 때 프랑스 고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곤 하였다.


그래서 어제의 레파토리에 관심이 많았다.

미리 듣기는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갔지만

곡의 분위기는 짐작을 하였는데

나는 어제 안종도군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고요하고 아름답게 연주를 해주었고 그래서 감동이 컸다.

집중을 하고 몰입을 하여 곡마다 아주 잘 쳤는데

특히 라모의 클라브생 모음곡 마지막의 연주가 인상이 깊었다.


륄리의 곡은 춤곡이어서 우아하고 생동감이 있었고 

쿠프랭의 곡은 그의 다른 곡보다 가벼워서 듣는데 그만이었다.

쿠프랭의 처음 곡은 제목에 걸맞게 신비감이 있었다.

쿠프랭의 곡은 두 곡을 거의 연이어서 연주를 해주었다.

두번째의 곡은 왼 손이 오른쪽에 와서 가볍게 터치하는 부분이 참으로 멋스러웠다.

그것은 또한 위트가 넘치는 부분이기도 했다.


라모의 새로운 클라브생 모음곡이 매우 수려하였다.

그래서 <라모의 정원>이라고 부제를 붙인 것 같았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마지막 피날레가 아주 인상 깊었다.


휴식을 취한 다음......


어제 또 하나의 두근거림으로 다가온 곡은

바로 슈베르트의 마지막 곡이면서 또한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D.960 이었다.

이 곡은 길기도 하고 곡이 아주 어려워 피아니스트들에게는 난제의 곡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안종도군의 감성과 해석이 궁금하였고 이 곡 하나 만으로도 나는 여기에 갔어야 했다.

저으기 이 곡을 많이 응원하면서 나의 많은 일정을 뒤로 하고 어제 음악회장으로 향했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곡이다.


모두 4악장까지 있다.

1악장이 또한 참으로 길다.

어제 팜플릿에도 나와 있듯이 생에 대한 근원을 꿰뚫어야 이 소나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쉬운 듯이 시작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곡이어서 1악장부터 테크닉과 곡의 의도가

잘 수반이 되어야 진행이 되는데1악장 시작이 아주 좋았다.

2악장...내가 특히 좋아하는 악장.

나는 이것 만을 여러 번 반복하여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어떤 관조같은 것이 느껴지는 악장인데 다른 사람들도 이 2악장을 백미로 많이 꼽는다고 한다.

사람의 느낌은 비슷비슷한가 보다.

안종도군은 이 2악장도 심혈을 기울여 치고 있었다.

정말 좋았다.

3악장으로 넘어가면 좀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

2악장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그리고 4악장.

3악장과 비슷하게 진행이 되지만 피날레는 그 어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보다 강력했다.

4악장까지 들으며 그가 아픔을 얼마나 깊게 승화하고 그 고통을 이겨내려 했는지 그의 투지가

내 몸 속으로 전해졌다.


연주가 다 끝나자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왜 그렇게 마음이 저며 오는지....

그리고 나도 모르게 기립을 하고 박수를 쳤다.

그것은 어제의 피아니스트 안종도에게,그리고 슈베르트에게 향하는 박수와 찬미였다.


게다가 내가 빈의 슈베르트 생가와 마지막 살던 기념관을 다녀온 터라

이 의미심장한 곡이 더욱 더 내 가슴으로 다가온 것이다.

31세....꽃다운 나이에 간 슈베르트....그가 애닲게 다가왔다.


이 곡을 들으면서 그의 진정성과 천재성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게 된다.

아아...위대한 슈베르트여!!!


관객이 조용하고 깊게 환호를 한다.

안종도군이 여러 번 나와 인사를 한다.

앵콜이 두 곡 이어졌다.

쇼팽의 즉흥곡과

우리나라 작곡가 이지수선생님의 우리 나라 민요를 주제로 한 <센티멘탈 왈츠>다.

두 곡이 모두 본 프로그램의 연주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졌다.


****************


피아니스트 안종도.

나는 내가 나온 고등학교 홈페이지로부터 그 이름을 알았다.

그러나 정작 그를 직접 만난 음악회는 2014년 교향악축제에서였다.


원주시향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하였다.

http://blog.naver.com/2003lih/110188990176


협연만 가지고는 잘 알 수가 없어

(내가 음악을 잘 알거나 테스트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작년인가 했던 그의 독주회에 다녀왔었다.

그때 피에르 블레즈와 라모와 슈만의 곡을 연주했었다.

http://blog.naver.com/2003lih/22078018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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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안종도의 진가를 알고 있어 이번엔 바쁜 일을 모두 제치고 어제 예술의 전당에 갔는데

정말 오기를 잘 했던 음악회였다.

물론 레파토리도 좋았고.....


그는 잔잔하고 차분하게 어제의 프로그램을 거의 완벽하게 연주를 했다.

곡들을 다 듣고 나니 그가 깊은 심정을 가진 성격일 것 같았다.

게다가 아카데믹까지 하였다.


성격도 좋은 듯하다.

일단 생글생글하며 참 부드러운 인상이다.

음악회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IBK 챔버홀의 로비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들과 일일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더라.

시간 많이 흘렸다.


그런 중 내가 그에게 이번 연주 힘들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간 해외와 우리 나라의 연주 중 가장 어려웠다고 답을 하였다.


특히 클라브생이나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는 바로크의 곡들을 피아노로 치는 것도 어려움이 따르는데

장식음이 많은 곡들을 잔물결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이

보통의 집중력을 갖지 않으면 어려울 테니 그도 그런 의미로 힘들었다고 한 것이리라...


피아니스트 안종도!!!

그에게 큰 축복이 내리길 기원하며 감사함을 전한다.

피아노의 길~~~쉽지 않다고 많이 듣는다.

좋은 길을 구도자의 마음으로 묵묵하게 잘 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이미 잘 하고 있는데 괜한 우려인지 모르겠다.

어제 감동적이었기에...더욱 더 바라게 된다.


정말 크게 아름다운 음악회, 피아노의 시간이었다.


마침~~~이 음악회는 내가 지난 주에 비엔나에서 만난

WCN 주최의 음악회였다.

어찌나 반가운 지......


게다가 안광희선배님을 비롯 강명희선배님, 김명희선배님내외 등... 11회선배님들을 많이 뵙게 되어

아주 좋았다.


어제 음악회장을 빠져나와 집에 와서도 나는 슈베르트의 유작이 된 피아노 소나타 를

듣고 잤다.

안종도군과 슈베르트를 생각하며...